이로써 다음달 3일 있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은 오세훈-나경원-김충환 의원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다만 나 의원이 김충환 의원과의 단일화도 원하고 있어 오세훈-나경원의 양자 대결이 실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경원의 기염 "대세론으로 얼마나 많이 손해봤나"
정치경력이 훨씬 앞서는 원 의원을 누른 나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제 저의 드라마가 시작됐다"며 "원 의원의 피와 땀과 눈물을, 저 나경원이 경선 승리,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승리로 갚겠다"고 말했다.
▲ 원희룡 의원(좌)와 단일후보로 결정된 나경원 의원(우) ⓒ뉴시스 |
나 의원은 "한나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주해서는 안된다"며 "대세론으로 한나라당이 얼마나 많이 손해봤느냐. 이제 허망한 대세론은 안된다. 변화하는 새로운 인물로 한나라당은 승리해야 한다"고 오세훈 시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원 의원은 "소수점 끝자리에서 약간 차이가 났다"며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자기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 오늘은 내가 다른 사람을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정치 풍토를 젊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흔쾌히 승복하고 선거운동원을 맡겠다는 약속을 100%, 그 이상으로 지킬 것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중재를 맡았던 정태근 의원은 "한나라당의 경선을 승리로 이끌고, 나아가 서울시장, 전 지방선거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후보"라고 나 의원을 추켜세웠다.
정두언이 만든 '판' 현실화 되나?
나 의원은 원희룡 의원과 비교해 자신을 "한나라당 정체성에 걸맞는 후보"라고 내세웠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원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무상급식 공약을 포기시키기도 했다. 원 의원과 비슷한 이념지향인 오세훈 시장과 막바지 경쟁에서도 '보수적 선명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협상 중재에 나섰던 정태근 의원은 이날 오전부터 "원희룡 의원이 경선룰에서 많이 양보를 한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나경원 의원의 우세를 예측했다.
정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나설 경우 지난 4년 간의 시정 평가를 중심으로 선거가 진행되겠지만 다른 후보가 나설 경우 우리 '미래 선진화 세력' 대 '과거 노무현 세력'의 승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이 강조해 온 "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
단일화의 파괴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주류가 막후에서 지원한 만큼 경선에서도 나 의원을 지원할 수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나라당 주류의 목표는 '판을 키우는 것'이지 '특정인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도 많다.
오세훈 측 "'대세'에 영향 없다"
오세훈 캠프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의원은 "1주일 쯤 전에 됐으면 더 좋았을 뻔 했는데, 이번 결과도 늦었지만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선거 흥행의 불쏘시개로 좋은 계기다"고 짐짓 환영하면서도 "그러나 이번 단일화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 오세훈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고, 당심에서도 앞선다"면서 "반면 나경원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와 대결에서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나온다. '대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4년 전 당 안팎의 기반이 월등한 중진인 맹형규, 홍준표 의원을 '바람몰이'로 꺾었던 오 시장은 이번엔 수성의 자리에 섰다. 4년 전의 역전이 사람만 바뀐 가운데 재연될지, 오 시장이 재선 시장의 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예상을 뒤볼엎고 선전을 거듭하는 나경원 의원에 비해, "서울시장을 가장 오래 준비했다"는 평을 받던 원희룡 의원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여론조사는 전날 오후 8시부터 30일 오후 6시까지, 서울 시민 중 한나라당 지지자 50%, 책임당원 50%로, 2개 기관 조사 결과를 합산했다. 지지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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