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등이 강경한 태도를 취한 뒤 다시 '신중 모드'로 돌아서면, 한나라당 강경파 의원들이 이를 받아 '무력 대응'을 군에 요구하는 등 불안감을 부추기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날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영결식 조사를 통해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며 '군사적 보복'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적의 입장에서 볼 때 천안함이란 목표를 선정, 재래식 무기에 의한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전술을 폈는데, 그 전술은 성공했다"며 "군은 적을 향한 군사적, 물리적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군사 조치'를 주문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전 국민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대책은 이런 식의 외부로부터의 예기치 못한 기습 공격이 또 있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등 당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통하는 같은 당 김동성 의원도 "제가 만일 북한군이라면 잠수함으로 재미를 봤다 싶으면 다음번에는 같은 형태 도발을 반복하기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을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침몰 사태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음에도, 북한의 소행임을 전제하고 '군사 조치'를 주문하거나 또 다른 도발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던지는 등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김옥이 의원 등은 "주적 개념을 부활 시켜야 한다"고 김 장관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주적'이라는 표현을 안 쓴다"며 "군이 해야 할 몫은 국토와 국민에 위협을 가하는 것은 다 적이라고 보는 것이고, 표현이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장관은 이어 "우리가 동북아 지역 내 책임 있는 국가로써 어떤 형태의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아주 신중하게 검토되야 할 것"이라며 전면적인 '군사 조치'에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김 장관은 전략 핵폭격기 발진, 혹은 배치 등을 통한 '무력 시위' 방안에 대한 제안이 나오자 "좋은 무력시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필요시에 그런 무력 시위 할 수 있는 충분한 제공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한 금속 파편과 관련해 "알루미늄 편 쪼가리가 있는데, 우리 것과는 좀 다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현안 보고를 통해 "현재 수거.채증물 549점 중 297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며 "이 중 143건에 대한 화학분석 결과 화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 이명박 정부 '안보 무능' 질타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지금 고위직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얼마나 되느냐"고 꼬집으며 군 출신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강행했던 제2롯데월드 건립 허가, 국방 예산 축소로 인한 국방부 장관 사실상 해임 문제 등을 지적하고,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안보 무능'을 비판했다.
서 의원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현 정부와 국가가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공포가 있다"며 "판단은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예견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판단과 예견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언론의 자유의 문제인데 이게 근본적으로 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또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로 백령도에 갔을 때 현직 최초로 갔다고 하던데, 옛날 대통령들은 사고가 안나서 안간 것"이라며 "그리고 대통령은 그런 곳에 가면 안된다. (실무자들이) 대통령 보고를 준비해야 하는 등 방해가 될 뿐이다. 도대체 제대로 되는 게 뭐냐"고 따졌다.
육참 출신 이진삼의 돌발적인 '전투 사열' 하나회 소속이었고,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이날 '고참 행세'를 톡톡히 해 눈길을 끌었다.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등 장성들이 이른바 '군번줄'인 인식표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질타한 것. 이 의원은 이날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에게 질의하는 도중 "장성들이 경례를 똑바로 하는 모습을 못 봤다. 내가 (시법을) 해 볼까"라고 운을 뗀 뒤 갑자기 "합참의장, 해참총장은 목에 군번줄을 매고 있느냐"고 질문을 했다. 이 의원은 이어 "뒤에 (배석한) 장교들 중에 군번줄 맨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일일이 '전투 사열'을 진행했다. 합참의장과 해참총장이 모두 "안 매고 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나는 군번줄을 안 맨적이 없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 적이 없다"며 "군인들은 언제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기본기'를 주문했다. 이에 김태영 장관이 "군번줄은 전시에 가져가야 할 물건이지 국회에 나와 질의 답변 하는 데 군번줄을 안 찬 것은 별 문제되는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자 이 의원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 의원은 "나는 군번줄이 아니라 군기를 논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시간에 전투에 투입할 지 어떻게 아느냐. 장관은 지금 그것을 말이라고 하고 있느냐. 정신 나갔구만"이라고 고성을 쏟아냈다. 난처한 표정을 짓던 김 장관은 "알겠다"고만 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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