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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20년 3월, 전주 택시운전사..."코로나, 돈 워리 비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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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2020년 3월, 전주 택시운전사..."코로나, 돈 워리 비 해피"

전주 한일교통 택시운전사, 중간 퇴직금 전액 코로나 성금 기부로 울림

ⓒ전주시,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뚜벅뚜벅.

전북 전주시청 3층에 위치한 전주시장 비서실에 지난 16일 중년의 남성의 발걸음이 멈췄다.

망설이던 그의 모습을 보던 비서실 직원은 그에게 말을 건넨다. "무슨 일로 오셨는가요?"라고 묻자, 그 남성은 말 대신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와 종이띠가 둘러진 현금을 살며시 내밀었다.

조용히 손편지를 건네받은 비서실 직원의 눈은 편지지를 따라 내려간다. 코 끝이 찡해짐을 순간 느꼈다.

"제가 근무하는 한일교통 택시회사에서 중간 퇴직금을 받아 퇴직금 전액(168만 3000원)을 성금으로 기부합니다. 전주시에서 어렵고 소외된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저도 어렵고 힘들지만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라는 내용이 그렇게 찡함을 준 것이다.

손편지를 다 읽고서야 그 남성은 입을 살며시 뗀다.

"저는 택시 운전사입니다.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요즘, 택시 타는 승객들마다 하는 원망과 한숨 소리가 제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사실 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루 14시간 일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있으면 아무리 화장실이 급해도 태우게 되고 밥도 굶고 일하게 됩니다"라고 말이다.

그의 솔직한 속마음도 이어진다.

"퇴직금을 받아서 "가구를 살까? 침대를 살까? 아이들을 위해 쓸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위기극복 정책에 대한 전주시장님 인터뷰를 보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이 돈을 써주십시오. 너무 적어서 부끄럽지만 밀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짧고 굵은 여운을 남기면서.

비서실 직원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꼭 소중한 기부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감사함과 존경을 표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중년의 택시운전사를 시장실로 초대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과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시민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봅니다.
우리는 희망을 나누고 전하는 전주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시장이기 전에 전주시민임이 마냥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와락 택시운전사를 껴안았다.

김 시장과 만남을 뒤로 하면서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원 밝히기를 꺼려했다. 전주의 택시운전사로만 남아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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