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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를 지역 성장 거점으로!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캠퍼스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대학 캠퍼스를 지역의 일터・삶터・배움터로 조성한다." 정부가 지난 3일 교육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 공동사업으로 추진되는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관련 보도자료에서 밝힌 내용이다.

캠퍼스 혁신파크는 대학 캠퍼스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하여, 각종 기업 입주시설, 창업지원시설, 문화·복지시설 및 행복주택 등의 주거시설을 복합 조성하고 정부 프로그램을 종합 지원하여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정과제로 '대학 내 산학협력단지 조성'이 채택된 이후, 대학 내 산학연협력단지 조성사업,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신규 사업들이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대학 캠퍼스가 지역 혁신성장의 중심지로 거듭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대학 유휴부지 및 시설을 활용하고,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위해 대학의 우수한 인적·물적 자원 활용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들 사업들에 대한 대학 및 지역 현장의 수요는 매우 높으며 사업 선정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경상대 산학협력정책연구소(2017)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도 대학이 4차 산업혁명을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 성장 및 인재 육성, 지역혁신에 있어서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유수의 대학 캠퍼스들이 특히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해 지역 발전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경우 대학 캠퍼스에 산학협력을 위한 공간 조성은 1970년대부터 사이언스파크(science park), 리서치파크(research park), 혁신센터(innovation center) 등의 명칭으로 조성되어 왔다.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로 대표되는 영국의 사이언스파크와 리서치트라이앵글로 대표되는 미국의 리서치 파크는 캠퍼스 내 산학협력 집적지구의 대표적인 유형이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입주기업과 대학과의 실질적인 산학협력 활동이 부족하여 지역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는 비판이 있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대학 자체적으로, 정부 정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지정해 온 기업촉진지구(Enterprise Zone)의 성과 및 반성을 바탕으로, 2013년부터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대학기업촉진지구(University Enterprise Zon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버풀 대학, 브래드포드대학, 노팅엄대학, 브리스톨대학이 입지하고 있는 4개 지역이 시범 사업으로 추진된 후 현재, 확대 추진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코넬테크는 국내 대학과 지역에서 보면 매우 파격적인 사례이다. 뉴욕을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고자 공과대학을 기반으로 한 산학협력 캠퍼스로 2017년 새롭게 코넬테크가 설립됐다. 이곳은 캠퍼스를 교수연구실 없이 모든 강의실과 건물을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고, 한 건물에 대학 연구실과 민간기업이 입주하여 유기적인 산학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어 최고의 산학협력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캠퍼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 노팅엄대학 대학기업촉진지구 ⓒ산학협력정책연구소(2017)

▲ 코넬테크 ⓒhttps://www.tech.cornell.edu/

영국의 대학기업촉진지구와 미국의 코넬테크 사례는 최근 추진되는 대학 캠퍼스 관련 조성 사업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들 사례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 일상적이고 직접적인 산학협력을 활성화를 도모하여, 대학을 지역발전의 거점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대학 캠퍼스에 기업이 입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학과의 산학협력 활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 운영되고 있는 각종 창업보육시설들이 비판받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대학과의 아무런 연계가 없이 단순 임대 사업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의 긴밀한 산학협력 활동을 전개할 기업으로 입주를 제한하는 것이 바로 대학-기업-지역의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이 될 것이다. 또한 캠퍼스에 조성될 각종 주거・문화・복지시설들도 단순히 지역민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기업 성장과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한 지원시설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영국의 대학기업촉진지구와 미국의 코넬테크는 대학 캠퍼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입지 우위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각종 세금 혜택을 입주 기업에게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특히 코넬테크는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캠퍼스에 입주한 기업에 대한 각종 감세뿐만 아니라 신규로 채용된 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세도 감면해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7일 2020년 업무계획에서 '지방도심형 기업혁신특구(가칭)'을 새롭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의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지방의 대학과 철도역세권 등에 산업과 주거, 문화가 융·복합된 거점을 조성하여,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등 부처별 지원사업과도 연계하고 규제 완화, 세제·금융지원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이 나오지 않았으나,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 지구를 지방도심형 기업혁신특구로 지정한다면 사업 효과성 및 연계성이 제고될 것이다.

영국의 대학기업촉진지구는 지역기업협의회, 미국의 코넬테크는 뉴욕주와 함께 대학이 연계·협력하며 각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대학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다양한 혁신 주체들과의 구체적인 사업 추진체계 및 협조체계 구축이 중요한 성공 요인인 것이다.

산학협력은 기존의 기업과 대학만의 상호협력에서, 이제는 협력의 주체가 지자체,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 다양한 지역 혁신주체가 참여하는 지역기반의 산학협력으로 발전해야 한다. 최근의 대학 캠퍼스와 관련된 각종 조성 사업들이 단순히 인프라 조성사업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대학의 우수한 인적·지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산학협력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대학 캠퍼스가 지역 혁신 및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성장거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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