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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에 '의원실'…"24시 공사에 24시 감시로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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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에 '의원실'…"24시 공사에 24시 감시로 맞선다"

[현장] 야4당·종교계·시민단체 공동 운영…"믿을 건 국민의 힘뿐"

7일 오전 경기도 여주군 신륵사 입구.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이 '강처럼 사는 집'이란 뜻의 여강선원(如江禪院)을 짓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무기한 천막 정진을 진행 중인 이곳에, 천막 두 동이 나란히 들어섰다. 천막에는 '4대강 사업 저지 야4당 합동 현장 의원실'이란 펼침막이 내걸렸다.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곳에 '현장 의원실'을 차린 사람은 바로 민주당 최문순, 민주노동당 홍희덕·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이들 의원 5명이 국회를 떠나 인적 드문 남한강가에 천막을 차린 까닭은,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공사의 실태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곳 여주만 해도 여주보·이포보·강천보 등 3개의 보가 들어서고, 곳곳에서 강바닥을 파헤치는 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보좌진과 함께 당번제로 상주하며 공사 감시 등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천주교·불교·개신교 등 종교계와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환경정의·생태지평 등 환경단체도 공동으로 참여한다.

▲ 야4당 의원들이 4대강 사업 구간인 경기도 여주에 '합동 현장 의원실'을 차리고 7일 개소식을 열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날 '현장 의원실' 개소식에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은 재벌을 위한 개발 독재의 망령에 휩싸여 만물의 근원인 어머니의 젖줄을 끊고 있다"며 "정부가 임기 내 완공을 위해 24시간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서해의 천안함 사건도 중요하고 조속히 의혹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만, 4대강 사업 또한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럼에도 천안함 사건으로 4대강 사업 같은 심각한 문제가 모두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최근 여권의 실세인 정두언 의원이 강바닥 준설과 수중보 공사 때문에 한강이 살아났다며 4대강 사업은 '상식'이라고 말했는데, 한강이 깨끗해진 진짜 이유는 하수 처리 때문이지, 준설과 수중보 때문이 아니다"라며 "정 의원과 이명박 정부가 가진 '상식'은 내가 가진 '상식'과 다른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종교계 및 환경단체 인사들도 참여해 4대강 사업 저지에 한 목소리를 냈다. 지관 스님은 "불교계의 중요한 교리 중 하나가 인과응보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4대강 살리기'를 빙자한 '4대강 죽이기'를 하면서 이를 훗날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김종남 사무총장은 "강에 있어야 할 것은 굴삭기와 덤프 트럭이 아니라, 봄이 되면 새로 돋는 버드나무 새순과 버들강아지, 수초"라며 "최근 4대강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대한민국에 다시 '잔인한 4월'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강천보 건설 현장 모습. ⓒ프레시안(선명수)

이날 개소식을 마친 후 유원일·홍희덕 의원은 환경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4대강 공사가 한창인 강천보 건설 현장과 준설 작업이 진행 중인 바위늪구비 습지를 둘러봤다.

준설 작업으로 땅이 파헤쳐진 바위늪구비 습지가 눈 앞에 펼쳐지자, 참가자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바위늪구비 습지는 세계 유일의 희귀 식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생육지이다. (☞관련 기사 : '세계 유일' 단양쑥부쟁이, 4대강 '삽질'에 몰살되나)

4대강 범대위 명호 상황실장은 "무분별한 준설로 아름다웠던 강과 습지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며 "강과 갈대밭, 습지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뤘던 이곳이 흙이 파헤쳐진 공사 현장으로 바뀌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원일 의원은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의 보존 대책이 미흡하다"며 "정부는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보존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미흡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파괴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 준설 작업이 진행 중인 이포교 인근 바위늪구비 습지. 강 주변에서 절경을 이루던 갈대밭이 사라지고 땅이 파헤쳐졌다. ⓒ프레시안(선명수)

▲ 아직 훼손되지 않은 바위늪구비 습지의 모습. ⓒ프레시안(선명수)

▲ 한 주민이 물 속에서 다슬기를 잡고 있다. 그러나 4대강 공사로 제방과 자전거도로가 들어서면 이런 풍경 또한 사라질 것이다. ⓒ프레시안(선명수)

▲ 홍희덕 의원이 삵의 배설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바위늪구비 습지는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과 삵의 흔적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선명수)

한편, 의원들을 이날부터 '현장 의원실'을 기점으로 남한강 지역의 4대강 공사 구간을 찾아 보 설치에 따른 수질 악화 등의 문제를 감시·점검하기로 했다.

또 이곳을 중심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4대강 사업 저지 현장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 의원실을 찾는 시민과 함께 남한강변을 걷고,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현장 체험 국민투어'를 조직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린다는 취지다. 4대강 사업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진전과 영상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의원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기업 토목 업자만 배 불리는 강 죽이기 토목 공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킨 국회보다, 4대강의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4대강 사업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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