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천안함 침몰 사태의 북한 연관설에 대해 "단순히 심증으로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라 물증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에 더욱 예단해서는 안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최근에는 사고원인과 관련해 북한 관련되어있는지 논란이 증폭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천안함이 인양되고 나면 사고원인 나올 것인 만큼 예단이나 추측은 금물"이라며 "원인 규명을 해야 될 때이지 섣부른 추측으로 또다른 불신과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될 때"라고 강조했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 것이지만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북한 연관설'이 거론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정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천안함 침몰에 대해 북한이 연루돼 있는지 여부가 판명되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수도 있다"며 "만에 하나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판명될 때는 그에 대해 우리가 뭘 해야 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대표가 강조한 부분은 '심증이 아닌 물증으로 북 연관설을 검증해야 한다'고 해석돼 '북한연관설'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던 한나라당도,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의 주장에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양상훈 칼럼'을 통해 "많은 사람이 '북한이 한 것이 뻔한데 뭘 꾸물거리느냐'고 한다. 필자도 심증으로는 북한의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만나 본 정부 당국자들도 같은 심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엄밀하게 말해 아직 증거는 하나도 없다. 거대한 증거가 물 속에 잠겨 있다. 그 증거를 인양하면 내부 폭발인지, 외부 충격인지 가려진다. 외부 충격으로 밝혀지면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결정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
정보위 소속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현장에 다녀온 정부 외적인 인사들, 언론, 민간 구조 요원들, UDT를 비롯한 예비역 군인들의 직접적인 이야기 또는 간접적인 이야기를 종합하면, 개인적으로는 북한 연루설이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니냐, 판단을 한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국정원장이 북한 연관설과 거리를 둔 데 대해 주 의원은 "정부 당국에서는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분분하지만, 정부 당국으로서 취해야 될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의 입장은 그것대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신중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오히려 (청와대에서) 신중하게 일단 사전 포석을 깔고 난 후, 그리 분명하지도 않은 증거를 갖고 바로 유턴하면서 북한과의 개입을 더욱 분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하는게 아닌지 그런 판단도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일반적으로 MB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정부는 여태까지 이런 큰 대사를 놓고 북풍도 일으켰던 과거 정당의 뿌리를 갖고 있지 않느냐"며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이런 사건이 나오면 북한 개입설을 오히려 더 부추기고 부풀려가지고 할 것인데 오히려 청와대가 신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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