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독배다**
낡은 트럭이 무거운 짐에 허덕이며 지나갈 때
사람 가득 한 마을버스가 힘쓰느라 부릉거릴 때
그 매캐한, 역겨운 현기증부터
서울은 내게 가르쳐줬다
그게 그렇게 싫어 아이 손잡고
꽃 피는 거, 콩 싹 돋는 거 바라보다
다시 울며 되돌아온 게 사년 전이다
그래서 나는 석유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아니고 거시기가 아니고
지구의 밑바닥에서 쿨렁이는 핏줄기가 아니고
나를 죽이는, 내 아이의 뼈를 꺾는
毒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 핏줄에도 석유가 돈다고 몸서리쳤는데
그걸, 세상에, 미국의 전투기가 미사일이 입증하고 있다
검은 피에 눈멀어 붉은 피를 뿌리고 있다
피 묻은 전투복이 남루를 찢고
一家의 담벼락을 깨고 부수고 있다
아, 소용돌이치는 현기증이여
눈 큰 아이가 팔 두짝 다 잃고 넋으로 울 때
죽은 남자를 끌어안고 아내 또래의 여인이 통곡할 때
탱크의 굉음이여 자동화기 총탄의 빗줄기여
토마호크의 불기둥이여
몸 밖으로 튕겨져 나온 흰 뼈마디여
석유는, 석유는 독배다
미치광이다 마약이다
몸 안에 깨진 얼음더미를 쑤셔넣는 흉기다
그걸 내가 타고 입고 등 지지고 있으니
밥 술 뜨고 있으니
이라크여 절규여,
자욱한 모래바람이여!
***작가 소개**
전북 전주 출생, 1993년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철산동 우체국』, 『물은 제 길을 간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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