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 종부세고지서가 발부됐다. 이번 종부세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18년 '9.13부동산대책'에서 강화된 종부세율을 처음 적용하여 부과한 종부세기 때문이다.
'9.13대책'이 발표된 직후 전문가들은 강화된 종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종부세 부담 매물이 상당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집값폭락론자'들은 종부세 매물이 쏟아져서 서울집값이 폭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종부세고지서가 발부된 후에도 서울집값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서울집값이 더 오르자 정부는 '12.16대책'을 발표하고 종부세를 추가 인상했다.
인상된 종부세고지서 발부됐어도 서울집값 상승세 지속
대책이 발표되자 폭락론자들은 "2020년 종부세 폭탄 터진다"며, 또 다시 서울집값 폭락을 예견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실현될 것 같지 않다. '9.13대책'에서 큰 폭 인상한 종부세고지서를 받고도 끄떡 안 한 집주인들이 그보다 소폭 인상한 세금부담 때문에 주택을 매도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큰 폭 인상된 종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왜 매물이 나오지 않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2월1일 발부된 종부세고지서를 분석해봤다.
종부세율은 상당히 올랐다. 시가 1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인상 후 세율이 1.3%로 상당히 높다.
그런데 공시가가 시가의 68%이고, 또 '공정시장가액비율'이라는 매우 "불공정"한 제도까지 만들어서 종부세를 또 깎아줬다. 그래서 실효세율은 약 0.4%에 불과하다.
시가 30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율은 1.8%인데, 실효세율을 계산해보았더니 약 0.8%로 낮아진다. 시가 98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의 종부세율은 2.5%이지만, 실효세율은 약 1.4%다.
서울 1주택자 종부세 거의 안 내
종부세 부과의 실사례로 신문기사에 자주 인용되는 반포자이 84㎡ 아파트의 시가는 26억원이다. 그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사람이 내는 종부세는 163만원이다. 26억원 주택에 대해 163만원을 부과했으니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거의 없는 셈이다.
반포자이 아파트가 이 정도이므로 서울 1주택자는 종부세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 경실련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강남아파트 25평 평균시세가 17억원이다. 그 아파트 2채를 소유한 사람이 내야하는 종부세를 계산해 보았더니 약 1700만원이다.
비강남권 25평 아파트 평균가격은 8억원인데, 그 아파트 3채를 소유한 사람의 종부세를 계산했더니 약 800만원이다. 비강남권 25평 아파트 2채 소유자의 종부세액은 약 300만원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보유주택을 팔아야 할 정도로 종부세가 부담되는 경우는 없다. 일부 보수언론은 기사에서 "종부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에 불과할 것 같다.
임대사업자 소유 주택을 '1주택자' 세율 적용하여 종부세 부과
종부세의 실효세율이 낮은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 종부세마저 내지 않는 다주택자가 아주 많다.
12월1일 종부세고지서 발부 결과를 담은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 '2019년 종합부동산세, 12월16일까지 납부하세요'의 17쪽에 이런 조항이 들어있다.
"다만, 과세에서 제외되는 합산배제 임대주택은 세율적용 시 주택수 계산 대상에서 제외됨."
복잡한 용어라서 일반인은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임대주택은 주택수 계산에서 "합산"하지 않는다' 라는 의미다.
주택 10채를 소유한 다주택자가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9채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종부세 계산 시 10채 주택을 1채씩 따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1주택자로 계산하므로 종부세를 거의 내지 않게 된다.
서울에서 10채 주택을 소유하면 비강남지역이라 하더라도 80억원이 넘는데, 종부세를 거의 안 내도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로 경악할 만한 정책이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서울 다주택자 소유 97만채 중 약 62만채 종부세 면제
그런 다주택자 소유 주택이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에 의하면 서울 다주택자는 38.9만명이고, 그들이 소유한 주택은 97만채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주택의 공시가가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다. 서울에서 2채 이상을 소유하면 공시가가 6억원을 넘는다. 다시 말해 서울 다주택자 38.9만명이 소유한 97만채 주택은 모두 종부세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국토부의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서울에서 임대사업자는 약 14만명이고, 그들이 등록한 임대주택은 약 48만채다.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을 포함하면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주택은 약 62만채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종부세 계산 시 이 62만채를 "1주택자" 소유 주택으로 간주하여 종부세를 거의 안 내도록 해준다.
다주택자가 서울에 소유한 97만채 중 약 62만채가 종부세를 면제받고 있으니, 3채 중 2채의 종부세를 면제해주는 셈이다.
종부세 부과대상 3조원 이상인데 실제 부과액은 1조원에 불과
서울에서만 약 62만채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거의 면제해줌으로써 발생한 세수손실은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 62만채의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정확한 세수손실액을 계산할 수 없다.
그러나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를 활용하면 대략적인 세수손실액을 추정해볼 수 있다.
서울 다주택자 38.9만명이 소유한 97만채에 부과해야 할 종부세 총액을 산출해보았더니 2조5천억원 이상이 나왔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4조원이 넘을 것이다.
이 금액에서 재산세 일부를 공제한 후 종부세가 부과되므로 최종적으로 부과해야 할 종부세액은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지난 12월1일 부과된 '주택분 종부세'는 약 1조원이다. 이론상 계산한 종부세 3조원과 실제 부과된 1조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2조원 이상 세수손실 내용 정확히 밝혀야
여러 가정과 추론을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이므로 오차가 클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수손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금액이다.
올해 10월까지 재정적자가 45.5조원으로 역대 최고라는 기사를 읽었다. 매년 수십조원의 적자를 내어 수천조원의 채무를 다음세대에 물려주면서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은 참으로 뻔뻔스런 일이다.
"말로만 공정성이냐?"란 질책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에게 감면해준 종부세액이 얼마인지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해당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이 문제를 소상히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내가 산출한 결과에 의구심이 있거나 산출 과정에 관심이 있는 분은 유튜브 영상을 보시길 권고한다. 유튜브의 <집값하락해야 산다> 채널을 클릭하면 해당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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