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권력자의 펀드수익, 골프, 그리고 거리의 절망"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권력자의 펀드수익, 골프, 그리고 거리의 절망"

김민웅의 세상읽기 〈207〉

로마의 밀리반 다리에서 벌어진 막센티우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전, 전설에 가까운 역사의 기록에 따르면 콘스탄틴은 꿈에 계시를 받고 그리스도의 이름을 딴 문양을 깃발에 새겨 전쟁에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매우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이로써 기독교는 로마제국에서 핍박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됩니다. 313년 밀란 칙령은 그러한 결정의 결과였습니다.

로마 제국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거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데 있어서 이른바 4두 체제를 유지했었습니다. 대제라고 불리는 아우구스트스(Augustus)와 그를 보좌하는 부제 카이자르(Caesar)가 둘씩 동과 서로 나뉘어 제국의 대본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에는 태양이 하나뿐인지라 콘스탄틴의 경우에도 그의 숙적 막센티우스와의 대결로 천하를 통일하고 자신의 손에 로마를 거머쥐게 된 인물이었습니다.

이러면서 기독교는 로마 제국의 여러 가지 특혜를 누리게 되고, 이러한 제국의 특혜에 당대의 상류계층은 교회를 새로운 출세의 돌파구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물론 기독교는 당시 이미 정신적 고갈상태에 있던 로마 말기에 매우 중요한 대안공동체이자 사상적 토양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으로 해서 콘스탄틴의 그러한 조처가 결정적이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건 기독교는 제도적 숨통이 트이게 되었고 로마는 기독교에 의해 정복당하기 시작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기독교는 로마를 정복한 것일까요? 애초에 콘스탄틴이 기독교를 공인하게 된 것은 자신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다 준 힘을 기독교로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콘스탄틴의 기독교는 승리주의에 입각한 군사주의와, 제국의 특권을 누리는 집단으로 성장해 갈 가능성을 그 안에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건 사실 이미 기독교가 아닌, 로마 제국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고 할만 합니다. 출세와 특권을 위해 제도가 된 기독교는 과거 로마의 쇠락해가는 정신적 중심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면서 그와 동시에 성채의 권력을 누리게 됩니다. 이후 교리논쟁도 로마의 권력으로 해결해버리는 사태를 가져옵니다. 권력이 된 기독교가 지배하는 중세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세력이 정치화되고, 이들 가운데 일부가 주축이 되어 참여정부가 세워지면서 역사의 주도권은 민주세력이 쥐게 되었다, 라고 역사는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도권이 제도화된 특권과 결합하고 출세의 통로가 되고 있다면 이미 그것은 본래의 민주화 운동의 정신과는 관련이 없는 기득권 질서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할 뿐입니다. 합리적 논의와 민주적 참여가 아닌, 강압적 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참여정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로마 제국의 제도와 특권에 빨려 들어 가버리고 말았던 기독교의 운명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내고 민족의 자주를 지켜내겠다고 외쳤던 이들의 함성 대신, 최고 지도자의 권력도 모자라서 돈을 버는 펀드수익이 전면에 나타나고 있고 비정규직 양산 법안의 통과와 무차별적 개방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굴종적 대미 협상이 전개되는 양상입니다.

권력은 잡았지만 사실은 기득권에 정복당한 개혁세력이 되어 역사의 실질적인 후퇴를 가져오는,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권력자들이 되어 펀드수익과 골프를 즐기는 동안, 이 땅의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거리에서 절규하고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