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청년회,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12개 불교 단체가 안상수 원내대표의 퇴진과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하며 26일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항의 방문했지만 한나라당으로부터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들은 면담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치 지도자로써 자격 미달이라 판단하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정병국 사무총장에게 요구했다.
▲ 전날 불교단체의 한나라당사 항의 방문 일정이 알려진 가운데 2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
이들은 그 이유로 "안 원내대표는 헌법에 명시된 정교 분리의 원칙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고, 사회 통합에 힘써야 할 집권 여당의 대표가 오히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적절한 행위를 했으며, 안 원내대표의 발언이 사실임이 만천하에 명백히 드러났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나라당도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안상수 원내대표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을 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불신과 심판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정병국 사무총장은 "(안 원내대표의 발언의) 진의가 어떻든 간에 불교 단체가 이런 사안으로 방문한 것에 대해 참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의 발언 자체의 부적절함을 인정하는 뉘앙스다.
그러나 정 사무총장은 "(불교단체의) 이같은 뜻을 받아 향후 당 지도부와 협의를 하겠다"고만 말했다. 불교 단체 대표자들은 "어떻게 협의할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을 알려주고 다음주 중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 사무총장은 "일정은 밝힐 수 없다"고 잘랐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손상훈 국장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보좌관과 아침에 통화했는데, '이미 해명을 했고, 더 이상 해명은 불필요하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리자 정병국 사무총장은 "그것은 그 쪽(안 원내대표와) 협의하시고, 저는 성명 내용을 접수하고 대응 방안 등은 추후에 밝힐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들은 "명진 스님과 안상수 원내대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명진 스님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것이냐. 불교계는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10여 분간의 짧은 면담이 끝난 후 "더 하실 말씀이 있느냐"고 물은 후 자리를 뜨는 정 사무총장에게 "안 원내대표의 발언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당내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왔지만 그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면담에는 한나라당은 정병국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회 불자 모임 정각회 부회장인 안홍준 제2사무부총장, 한대수 제1사무부총장이 나서는 등 예우를 차리긴 했지만, 향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당 내에서는 '무대응'으로 (입장을) 정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했지만 "학교 폭력이 심각하다"는 등 현안에 대해서만 발언했을 뿐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했다.
이날 항의에 참여한 단체는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대한불교조계종중앙신도회, 대한불교청년회, 불교여성계발원, 불교인권위원회, 불교환경연대,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우리는 선우, 참여불교재가연대, 청정승가를위한대중결사,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12개 단체다.
한나라당 '무대응'으로 불심 달랜다?
전날 조계종 기획실장 원담 스님은 "(봉은사 직영 선정이) 정치권의 압력에 좌지우지된다는 추측조차 납득할 수 없다. 정권 압력 운운하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밝히며 정권 차원의 '명진 스님 퇴출 외압설'을 강하게 부정했다.
이 문제가 종단 자체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불교계는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을 항의 방문한 불교 단체들도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 주지" 등 부적절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조계종의 '존립'의 문제로 넘어갈 수 있는 '정권 외압설'이 안 원내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규탄 문제로 좁혀지는 듯 보였지만, 명진 스님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자승 총무원장 간의 관계를 거론하고 나서면서 다시 '외압' 논란에 불이 붙고 있다.
특히 명진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10월 13일 자승 총무원장이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왔다. 당시 자승 원장은 (나에게)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에 와서 스님과 신도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정권 실세인 이 전 부의장과 자승 스님의 관계가 매우 긴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총무원장의 '정치 편향'까지 문제삼을 수 있는 증거도 되기 때문에 종단 자체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 역시 내포하고 있다.
6.2지방 선거를 앞두고 안 원내대표의 발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한나라당이 이같은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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