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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됐다"는 대통령, 우리가 해야할 일은?

[기고] 금리 인상이 시급하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시청했다. 내 눈길이 끌린 곳은 시청자 실시간 질문을 집계한 화면이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질문한 5개 질문을 화면에 띄웠는데, 그 중에서도 1위는 서울집값 폭등이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정부는 관망하나요?"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이 서울집값 폭등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정부가 관망만 해서 서울집값이 폭등한 것 아니냐'는 질책을 담고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서인지 5개 질문 중에서 두 개를 선택해서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이 질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대답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질문한 "서울집값 폭등 문제"

아나운서가 부동산을 주제로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정말 많은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자기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큰소리로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 질문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의 첫마디는 "내집마련이 서민의 꿈이요 희망이다"였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을 한 까닭은 서울집값 폭등으로 그 희망과 꿈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리라.

서울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제시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팔도록 해달라." 이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해법인가. 서울집값이 2014년 중반부터 상승을 시작하고 문재인정부 들어 급등과 폭등을 이어간 것은 투기수요 때문이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투기자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서울집값은 큰폭으로 하락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문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간단한 해법을 실행할 의지가 있느냐 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 질문은 사실 대통령의 의지를 묻는 거였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그럴 의지가 전혀 없음이 분명해졌으니,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한가닥 기대를 걸어보려는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대답 "참고하겠습니다"

대통령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집값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길게 이야기했다. 말미에 딱 한마디를 덧붙였는데, "참고하겠습니다"였다.

이 말은 정치인들이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 의미는 "안 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나는 방송 카메라에 잡힌 그 질문자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간결한 질문을 하는 얼굴표정은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그 간절함이 대통령의 "참고하겠습니다"로 절망감으로 바뀌었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부동산 주제가 너무도 짧게 끝나자 나는 채널을 돌렸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진 심정이었으리라.

대통령의 대답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대통령이 서울집값 폭등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구나'였다.

"집값이 안정되었다"는 대통령의 인식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 "서울도 전월세가 아주 안정되지 않았느냐?' 라는 말을 했다. 마치 서민들은 전월세만 안 오르면 됐지 꼭 내집을 사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질문을 한 워킹맘의 "내집마련이 서민의 꿈이자 희망이다"는 간절한 호소는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이다.

1년여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남 아파트에 사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어느 친구는 "돈 없는 서민들이 강남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든 말든 왜 신경쓰느냐"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했다.

그 후 국토부장관도 비슷한 말을 했다. 서울집값 폭등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질책에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청와대와 장관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이제 대통령마저 그들과 똑같은 인식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으니 국민들의 심정은 절망과 분노 그 자체일 것이다.

"촛불시민들이 격한 분노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민과의 대화가 있은 다음 날 어느 진보성향 신문에 실린 대학교수의 글을 읽었다. '부동산 문제,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이라는 제목의 글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현실인식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많은 촛불시민들이 '이 정부에서 더 이상 집값 희망 고문을 당하기 싫다'며 격한 분노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방송을 본 국민의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서울집값 폭등에 대해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그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는 지도자에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솟는 것이다.

"대통령님께서는 가격상승은 서울의 '일부' 고가 아파트에 국한된 문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아파트 가격동향을 가장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지표는 한국감정원의 통계일 것이다. 그 통계에 의하면 2017년 4월 서울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5억6천만원이었는데, 2019년 1월에는 8억1천만원으로 올랐다. 문재인정부 2년도 되지 않아 2억5천만원이 상승했다. 상승률이 무려 45%에 달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일부' 고가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서울 아파트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찌 압도적 다수 국민이 받는 극심한 고통을 이해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대통령, '인의 장막'에 둘러싸였다"

그 원인에 대해 그 글은 이렇게 밝혔다.

"대통령님의 인식이 옆에서 조언하는 청와대 참모들이나 고위 관료들의 상황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들에게 다시 한번 현장을 꼼꼼히 점검하도록 엄하게 지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지 않고서야 평균가격이 1년 9개월 만에 45% 폭등했는데, "일부에 국한된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통령 주위에 장막을 친 장본인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이 글은 "한 청와대 참모"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언급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든 고위 관료든 혹은 집권여당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든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것이다. 짐작컨대 절망과 분노는 머지않아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더불어삶', 27일 오후 6시 한국은행 앞에서 1인 시위

한 달여 전 서울집값 폭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단체의 피켓시위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더불어삶'이라는 그 단체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인 10월 13일과 14일 1인 시위를 했다.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정당한 권리 주장이었다.

그러려면 서울집값이 하락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금리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틀 후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또 인하했다.

오는 29일 금통위가 또 열린다. '더불어삶'은 일요일인 24일 정오에 광화문 광장에서, 27일 오후 6시 한국은행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한다.

몇 천 명이 그들과 함께 "금리인상 하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면, 최소한 금리인하를 하진 못 할 것이다. 몇 만 명이 "금리인상 하라"고 한목소리를 낸다면 금통위는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런 단체가 많이 나오고 그 행동에 동참하는 시민이 구름처럼 모여들길 기대해본다.

그때가 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비로소 '서울집값 폭등이 심각한 문제구나'하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고, 서울집값을 하락시킬 정책을 실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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