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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더니…이건희, 전격 복귀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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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더니…이건희, 전격 복귀하기까지

동계올림픽 유치 명분으로 사면, 경제 위기 틈타 복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삼성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1년 11개월 만이다.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복귀하기까지 행적을 되짚어 봤다.

2007년 10월 29일 삼성 구조조정본부 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전국을 뒤흔들었다. "검찰은 삼성이 관리하는 작은 조직"이라고 밝힌 김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 인사 대부분이 삼성으로부터 불법 뇌물을 받는 등 삼성의 로비가 정부 깊숙이 뿌리내려져 있다고 폭로했다.

뇌물을 만들기 위한 삼성 내 비자금의 조성, 차명계좌 관리, 대선자금 수사와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에 대한 증거 및 진술 조작 등 그동안 '풍문'으로만 나돌았던 의혹들이 불법 행위의 당사자였던 김 변호사의 입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고 이는 '삼성 특검'으로 이어졌다.

이건희 전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6개월이 지난 2008년 4월 4일이었다.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이 전 회장은 4월 22일 경영 쇄신안을 내고 취임 20주년 만에 공식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꿔달았던 구조조정본부는 해체됐고 사장단 협의회가 역할을 대신하기로 했다.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 '행복한 눈물' 등 고가 미술품 구입, 차명주식 보유, 비자금 조성 및 뇌물 제공 등 이 전 회장의 대부분 혐의는 특검에서 내사 종결하거나 무죄로 판명 났다.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이 전 회장에게 유일하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매입으로 인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였다. 2009년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이 전 회장은 한 달 뒤 벌금을 일시불로 납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이 부재했던 기간에 경제위기가 찾아왔지만 삼성은 오히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삼성은 실적에 주목하는 이들에게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론'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판결 뒤 한 달 만에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가는 문제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운을 뗐고, 보름 뒤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그룹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이 전 회장의 노하우와 지혜를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거들었다. 때마침 일어난 삼성 지펠 냉장고의 폭발사고가 이 전 회장의 '진노'를 자아내며 자발적 리콜로 이어지면서 회장의 '힘'이 여전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들이 '군불'을 지핀 복귀론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 위원인 이 전 회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면론'으로 이어졌다. 연말 사면을 앞두고 국내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면은 이 전 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글로 뒤덮였다. 여기에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한 재계와 스포츠계, 강원도를 연고로 둔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판결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는 시민사회의 외침은 가려질 수밖에 없었고 2009년 12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사면이 실시된 이래 처음으로 이 전 회장만을 단독 사면했다.

사면 이후에도 이 전 회장의 행보를 좇는 눈은 동계 올림픽 유치활동보다 경영 복귀에 쏠려 있었다. 사면 이후 이 전 회장의 첫 발걸음이 향한 곳은 1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전자기기 박람회 행사였다. 최지성 사장 역시 이 전 회장의 출국에 맞춰 "앞으로 모시고 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전 회장은 행사장에서 부인 홍라희 씨와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세 자녀를 동반하고 기자들 앞에 나타나 총수 일가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동계 올림픽 유치 활동에 대해서는 "국민·정부가 다 힘을 합쳐야 한다"며 에둘러갔고 삼성에 대해서는 "까딱 잘못하면 10년 전 구멍가게로 되돌아간다"며 호통을 쳤다. "모든 분야가 정신차려야 한다"는 '대국민 메시지'에 언론은 환호했고 이 전 회장의 복귀는 명분의 문제가 아닌 '시기'의 문제가 되었다.

▲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기기 박람회에서 3D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들이 지난 2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생애를 화려하게 조명하면서 이 전 회장의 역량을 부각시키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온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이 전 회장의 말을 1면 제목으로 배치해 '경종'을 울렸고,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 뒤에는 비인기 종목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훈련 방법까지 조언하기도 했던 이 전 회장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심지어 영화 <아바타>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3D 기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조언으로 만들어졌다는 '이건희 안경'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의 단독 사면의 명분이 동계 올림픽 유치였고, 개최지가 가려지기 전까진 경영 복귀는 무리라던 세간의 예상은 3월 24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삼성전자 이인용 부사장은 "사장단 협의회가 지난달 17일과 24일 양일에 거쳐 논의한 끝에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이건희 회장의 경륜과 경험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회장님 복귀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작성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복귀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라던 이 전 회장은 사장단의 요청에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들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가자"며 수락했다고 이 부사장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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