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오너의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 등 17대 개원 즉시 언론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강력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직접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은 피하면서도 정세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이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제에 너무 덤벼서는 안된다"고 한 발언을 강조함으로써 언론개혁을 둘러싼 여권내 자중지란을 촉발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동아일보는 신 의원 발언만 짤막하게 보도한 뒤 그대신 객원기자의 '정부와 언론의 상생(相生)을 위하여'라는 칼럼을 실어 우회적으로 언론개혁을 피해나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조중동이 언론개혁의 칼바람 아래 경악하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중앙일보 "선진국과 우리나라 미디어사업환경 달라"**
조중동 3사 가운데 가장 격렬한 반발을 보인 곳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이 21일 17대 국회 개원즉시 '언론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언론개혁, 그 중에서도 특히 신문개혁에 중점을 둬 정간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발언을 하며 언론개혁에 시동을 걸자 즉각 4면에 이 내용을 스트레이트기사로 소개한 뒤 그 아래에 별도 박스기사를 통해 '부당성'을 반박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특히 언론개혁 내용중 '지분 제항' 조항을 중점적으로 문제삼아, 언론개혁을 통해 홍석현회장의 1인지배체제가 위협받을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지분 제한 조항 선진국에는 없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2002년 2월 민주당 심재권의원 등 여야의원 27명이 정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에 앞서 2000년 11월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정간법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했다"고 우선 그동안의 언론개혁 논의 과정을 소개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여기에는 개인 지분을 30% 이내로 막은 '소유지분 제한' 조항이 들어 있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한나라당 문화광광위 고흥길 의원이 "법학자-언론학자들이 이 조항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을 수없이 하자 민주당 스스로 철회했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또 "신문 역사가 오래된 선진 외국에서도 신문시장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있었다"며 "그러나 미국-일본-독일-영국 등에서의 미디어 사업 환경은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들 국가에선 한 신문사가 여러 일간신문을 소유-경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상파 TV와 라디오까지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현재 선진국에서 신문이라는 단일 매체에 대한 시장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신문사 개인 소유지분을 제한하거나 경영현황을 정부에 보고하는 식의 법률이 있는 국가는 없다"고 단언했다. 중앙일보는 "다만 한 신문사가 여러 매체를 소유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규제를 하고 있다"며 "이 경우에도 신문-TV-라디오를 포함, 전체 여론시장의 20~30% 이상을 차지할 때에만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마지막으로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에선 '편집권 독립'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도 있었다"며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는 기본적으로 신문기업의 자유'라는 1979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언론사(史)에 유명한 '신문기업 성향 보호'라는 판례다"라는 말로 기사를 끝맺었다.
***조선일보, 언론개혁 '중장기 과제'로 늦추기를**
조선일보의 대응은 중앙일보와 접근방식이 달랐다. 직접적 반발보다는 '언론개혁 신중론자'인 열린우리당 정세균 정책위의장과의 인터뷰 형식을 빌어, 정부여권이 언론개혁을 당면과제가 아닌 '중장기적 과제'로 돌리기를 원하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47개 민생-정치개혁법안을 우선처리하겠다는 요지의 정세균 정책위의장과의 인터뷰를 4면에 실으며 이 가운데 신기남 의원이 제기한 언론개혁 문제를 함께 처리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의장은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20일 밝힌 국회내 '언론발전위원회' 설치 등 언론개혁문제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으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정당으로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국민통합이란 대명제에 따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차별성 있는 의견들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제에 너무 덤벼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동아일보 "정부와 언론 상생해야"**
동아일보의 대응은 조선일보보다 한층 소극적이었다.
동아일보는 10면 하단에 신기남의원 발언을 2단기사로 짤막하게 소개한 뒤 이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을 회피했다.
동아일보는 그대신 6면 오피니언 면에 동아일보 객원대기자인 최정호 울산대석좌교수의 '정부와 언론의 상생(相生)을 위하여'라는 기명칼럼을 실었다.
칼럼은 "4월 총선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원내 제3당이던 집권당이 숙원의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 여대야소가 됐다는 사실이다"며 "우리나라 의정사상 흔치않은 형국이다. 탄핵소추의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은 큰 힘을 얻게 됐다"고 썼다.
칼럼은 이어 "그것이 국리민복에 반드시 해로우리란 법은 없다. 하기 나름이다"라며 "다행히 청와대 주변에선 '상생'의 정치를 펴겠다는 소리도 들린다"고 덧붙였다.
칼럼은 또 "'상생'이란 귀여운 사람만이 아니라 귀찮은 사람과도 더불어 살겠다는 뜻"이라며 "야당과, 그보다는 언론이 그런 귀찮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민주국가에서 야당을 죽이려 하지는 않아도 언론은 죽이려 하는 지도자를 종종 본다"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노상 듣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칼럼은 "따라서 상생의 정치는 노무현 정권이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하겠다"고 주장한 뒤 "현 정부의 행적을 '남의 눈'으로 보고 평론하는 비판언론의 쓴소리를 얼마나 '열린 우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느냐 하는..."으로 글을 끝맺었다.
***신기남, 조중동 반발 일축하며 "단호한 신문개혁" 선언**
이같은 조중동의 반응은 외형상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총선승리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거센 언론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데 대한 공포감에 기초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김대중 정부시절 언론사 탈세문제를 다룬 '1차 언론개혁'의 뒤를 잇는 이번 '2차 언론개혁'의 파고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여권에서 가장 먼저 언론개혁을 공론화한 신기남 의원은 22일 아침 KBS, CBS 라디오와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단호한 언론개혁 의지를 재천명했다.
신 의원은 정동영 당의장,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 열린우리당내 일각의 언론개혁 중장기과제 설정 주장과 관련, "언론개혁 문제를 너무 장기적으로 끌어왔다"고 일축한 뒤 "17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 의원은 또 그동안 언론개혁이 지지부진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법학자-언론학자들이 이 조항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을 수없이 하자 민주당 스스로 철회했다"고 한 중앙일보 주장과는 정반대로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신 의원은 국회개원과 동시에 국회의원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언론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언론 중에서도 특히 신문개혁에 중점을 둬, 언론사주의 개인 소유지분 제한, 시장점유율 제한, 공동배달제, 편집권 독립 등을 확립하는 언론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방송사에 대해서는 '공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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