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리를 또 인하했다. 서울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서울집값 하락을 애타게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또 한 번의 절망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정부의 금리인하정책에 뜨거운 분노가 치솟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서울집값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경기가 침체 상황이므로 금리를 인하해도 서울집값이 못 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 아예 눈감지 않고서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7월18일 금리인하 이후 서울아파트 16주 연속 상승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금리인하가 서울집값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아래 그래프 참조)
올해 들어 완만하게나마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아파트 가격이 강한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 7월이다. 7월18일 전격적인 금리인하 영향 때문이었다. 금리인하 이후 서울아파트 가격은 단 한 주도 하락을 보인 적이 없다.
9월에는 상승폭이 더 확대됐는데, 한은총재의 “추가 금리인하” 발언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통계수치보다 훨씬 더 강했다. 금리인하 이틀 후인 7월20일 지인을 따라서 청량리지역의 부동산중개사무소 세 곳을 찾았었다.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금리인하로 향후 집값이 오를 거라고 예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했다.
금리인하가 투기심리를 펄펄 살아나게 했음을 실감했었다.
두 번의 금리인하로 서울집값 하락 가능성 사라져
금리를 또 인하했으니 투기심리는 더 활활 타오르고 서울집값은 더 상승할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지난 6년간 60%나 폭등한 서울집값의 하락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투기로 오른 가격은 오를 때와 같은 속도로 급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서울집값을 상승시킨 힘은 투기수요였다. 그런데 올해 두 번의 금리인하로 이런 급락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올해 서울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8억원을 넘었다. 6년 전인 2014년 7월에는 4억9천만원이었다. 그 가격만 해도 봉급쟁이들이 알뜰하게 저축하면 언젠가는 서울에 내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 후반 서울집값은 상승세를 시작했고 2017년 4월에는 5억6천만원으로 올랐다. 문재인정부가 집권한 이후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6억원과 7억원을 쉽게 넘어서더니 급기야 올해 초 8억1천만원이 되었다.
8억원이란 금액은 대출을 받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50%를 대출 받더래도 4억원이란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연봉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 아니면 불가능하다.
어렵게 집을 사더라도 서울 변두리나 빌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교통이 편하고 살고 싶은 지역에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1인 시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또 금리를 인하했다. 집없는 사람들과 젊은세대는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가 타오를지도 모른다.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분노의 불길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정책을 바꾸기 위해 행동에 나선 단체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며칠 전 접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에 할 말 있습니다’는 기사 제목과 ‘금리인하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1인 시위’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시위를 전하는 기사였다.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13일과 14일 주거권 보장을 원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기사는 전한다. 종각역과 한국은행 앞에서 각각 1시간씩 시위를 벌였다.
기사에 나온 사진 속의 피켓에는 “금리인하 반대한다” 외에도 “보유세 찔끔 인상”과 “임대사업자에겐 세제 혜택”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서울집값 폭등의 원흉이라 할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라는 요구였다.
집을 사서 8년간 팔지 않으면 재산세, 종부세는 물론 양도소득세도 거의 안 내게 해주는 혜택을 베푸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돈 있는 사람들이 주택 사재기에 나섰고, 2016~18년의 3년간 서울에서만 29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면 먼저 주택을 매입해야 한다.
그 3년간 서울에서 신규로 건설되어 주택시장에 공급된 주택은 약 13만채였다. 임대사업자의 매입수요가 공급의 두배가 넘었으니 서울집값이 폭등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행동하는 단체와 시민이 늘면 정부정책 바뀔 것
1인 시위로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금통위의 금리결정에도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위를 주관한 시민단체 ‘더불어삶’은 “앞으로 집값상승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주말이나 퇴근 후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행동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런 행동을 하는 단체가 늘어나고, 그들의 뜻에 공감하여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이 몇만명, 몇십만명으로 증가하면, 정부의 태도도 바뀔 것이다.
‘더불어삶’의 요구가 실행되어 정부가 금리인상정책으로 전환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하는 정책을 실행하면, 서울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다. 투기비용이 높아지고 주택투기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라지면, 투기매물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집단은 힘없는 국민은 우습게 알지만 유권자인 국민은 무섭게 안다. 서울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다수 국민이 힘없는 국민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아니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동으로 표현할 것인가?
그 선택이 향후 서울집값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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