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값 폭등이 시장의 힘 때문"이라는 거짓말에 속지 마세요
서울집값 폭등은 집없는 서민과 향후 집을 사야 하는 젊은세대들의 부를 서울 다주택소유자와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이전하는 경제현상이다. 지방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도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하다는 점에서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 수혜자와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해보았다. 통계청의 '2017년 주택소유 통계'에 의하면 서울에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52.5만 가구이고, 강남구와 서초구에 1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7만 가구다. 이 둘을 합한 64.2만 가구가 서울집값 폭등의 최대수혜자다. 전체 가구의 약 3.2%다.
강남을 제외한 서울지역에 1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2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6.2%다. 여기에는 낡거나 협소한 주택과 빌라 반지하 등 열악한 주택도 포함되어 있다. 이 123만 가구가 서울집값 폭등의 광의의 수혜자라 할 수 있다. 최대수혜자와 광의의 수혜자를 합하면 전체 가구의 약 9.4%를 차지한다. 나머지 90.6%는 서울집값 폭등의 피해자다.
서울집값 폭등의 수혜자와 피해자, 9.4% vs 90.6%
우리 국민의 9.4%가 혜택을 보고 압도적 다수인 90.6%가 피해를 보는데도, 서울집값 폭등으로 인해 집권세력이 타격을 받았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압도적 다수 국민의 불만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서울집값 폭등의 근본원인을 분석하면 할수록 문재인정부의 정책적 오류 내지 의도적 방기로 인해 서울집값 폭등이 발생한 것이 너무도 명백해지는데 말이다.
짐작컨대 피해자인 다수 국민이 서울집값 폭등의 근본원인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원인을 밝혀서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은 경제학자와 언론들이 그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 달 전부터 <집값하락이 민생이다>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이런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그 방송의 댓글 중에 문재인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데 왜 비방하느냐는, 감정적인 댓글도 적지 않았다. 그런 댓글에 일일이 대응하진 않지만,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노력하는데 왜 서울집값이 폭등했느냐?
이 질문에 대해 정부와 집권여당이 내놓는 궁색한 대답은 이렇다. "시장의 힘이 강해서 정부도 어쩔 수 없다."
집권세력과 보수언론의 의견일치, "시장의 힘"
재미있는 사실은 보수언론의 논조도 정부여당의 이런 변명과 똑같다는 점이다. 얼마 전 보수경제지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큼직하게 실린 것을 보았다. "집값 때리고 또 때려도, 강남 이어 강북도 쑥."
"집값 때린다"는 말은 정부가 집값하락을 위한 규제를 강력하게 실행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서울집값이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오르는 이유는 시장의 힘이 워낙 강해서라는 것이 그 보수언론의 주장이다.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서울집값 폭등에 대해 일치된 주장을 내놓고 있으니, 대중들이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 주장에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거짓주장에 동조한다면 그 결론은 실로 참담해진다. 시장의 힘이 워낙 강해서 정부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면, 압도적 다수 국민이 지난 6년여 겪어온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한 술 더 떠서 서울집값 하락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장의 힘" 운운하는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장의 힘'은 집값하락 방향
시장원리라는 것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말하자면 "시장의 힘"이란 수요를 의미한다. 지난 6년여 서울집값이 폭등한 것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의 힘"이라는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 수요증가가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것인지, 아니면 정부정책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이다.
주택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은 두 가지다. 인구증가와 소득증가다. 인구가 증가하면 집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 소득이 증가하면 경제적 능력이 생긴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게 되고, 또 집이 있는 사람도 더 큰 집을 사려하므로 주택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나 지난 6년여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말은 "인구절벽"이니 "생산인구 감소"니 "인구고령화" 아니었던가? 또한 "경기침체"니 "저성장 고착화"라는 말을 하루라도 언론에서 듣지 않으면 외려 이상할 정도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시장의 힘은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방향이었다.
정부정책이 만든 "투기수요"가 집값폭등의 원인
그런데도 서울집값이 폭등한 것은 정부정책의 힘이었다. 이명박정부의 20여회 부동산부양책과 박근혜정부의 "막가파식 부양책"이 주택수요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투기수요였다. 수많은 부양책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한 것은 초저금리정책과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엄청난 세금특혜였다. 초저금리로 주택투기자금을 공급하고, 그렇게 매입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거의 모든 세금을 면제해주는 정책이 투기수요를 만들었다.
문재인정부는 이런 "막가파식" 정책을 계승했다. 특히 세금특혜를 노리고 매집한 주택이 2017년과 2018년에 서울에서만 21만 호에 달했다. 서울집값이 더 무섭게 폭등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시장의 힘은 집값을 하락시키는 쪽이었는데, 정부의 부양책이 투기수요를 만들어 시장의 힘을 압도한 것이 서울집값 폭등의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시장의 힘" 운운하며 서울집값 폭등을 합리화하려는 것은 집권세력과 보수언론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힘없는 국민인가, 무서운 유권자인가
"시장의 힘" 운운하는 것이 국민의 3.2%인 집부자를 위한 주장임을 간파하고 그 주장을 깨지 않으면, 다수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서울집값 하락은 오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인 90.6% 국민이 집값상승을 만든 정책들을 당당 폐지하도록 요구한다면 서울집값은 오래지 않아 하락할 것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집단이 힘없는 국민은 우습게 알아도 유권자인 국민은 무섭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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