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사실상 뛰어들면서 당내 경선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나 의원과 함께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오세훈 시장과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원희룡 의원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40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오세훈), 선대본부장(원희룡), 대변인(나경원)으로 트로이카 체제를 이끌었으나 4년만에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충환 의원의 당내 경쟁력은 세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오세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지지율은 오 시장이 가장 높다.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21일 조사한 데 따르면 오 시장 지지율은 37.6%, 원희룡 의원은 14.8%, 나경원 의원은 11.9%를 기록했다.
오 시장은 재선 도전 의지는 이미 밝힌 상태지만, 당내 경쟁자들의 맹렬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좀처럼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내심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과 가까운 친이계 의원은 "원희룡 의원 등이 서울시의 전시행정에 대한 비판을 하는데 대해 오 시장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 시장은 당분간 직접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쟁점이 되는 부분은 세종시, 무상급식, 그리고 정권 심판론이다. 오 시장은 세종시 수정론자다. 지난 1월 11일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자 서울시는 즉각 환영 논평을 내기도 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오 시장은 입을 닫고 있다. 원희룡 의원과 함께 야권 후보인 이계안, 노회찬 전 의원 등이 "입장을 밝히라"고 하고 있지만 대꾸가 없다.
특별한 치적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지만 오 시장은 그런 것이 없다. 본인도 이 부분은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세력 기반이 없다는 점 등도 오 시장의 약점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상당수가 최근 오 시장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당 내에서도 '오세훈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오 시장 지지도가 압도적이라는 점, 야권 후보와의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오 시장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원희룡은 오세훈 때리고…
원 의원은 7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오 시장이) 2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갖고도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외면한 채 겉모습을 치장하고 업적을 과시하는 데에 썼다"며 "시민들이 아파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서 서울시의 행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오세훈 때리기'를 이어갔다. '오세훈 회의론'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
원 의원은 "시정의 제1목표는 시민의 행복이어야 한다"며 "일자리, 교육, 집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일·교·집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 후보로 드물게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주장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와 관련해 원 의원은 "정부 부처가 3개 정도 내려가는 것이 적당하다"고 절충론을 제시했다. 초반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추진에 동조하는 듯 보였지만 당내 논의가 거세지면서 절충 쪽으로 입장을 수정한 케이스다.
원 의원 측은 오 시장의 '침묵' 대응으로 답답하다는 입장을 토로하면서도 "당내 경선 구도가 본격화 되면 당내 지지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원 의원이 부상하고, 여론조사 등에서 오 시장의 '현역 프리미엄'의 거품이 꺼지게 될 것"이라며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원 의원은 최근 박근혜 전 대표 대선 캠프에서 활약했던 인사를 자신의 캠프에 영입하는 등 외연도 넓히고 있다.
나경원은 한명숙 때리기
나경원 의원은 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서울시장으로서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는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순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 의원은 이날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야권의 유력한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에 화살을 돌려 주목을 끌었다. 그는 "한 전 총리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인터뷰에서 '세종시를 미국의 워싱턴 DC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서울시장 후보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과연 맞는지 묻고 싶고, 그런 점에서 한명숙 후보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오 시장에 대해서도 "결국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정을 하지는 않지 않았느냐, 이런 비난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2006년 서울시 선거 당시 오세훈 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나 의원은 무상급식과 관련해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정에 우선수위를 좀 다시 고려해봐야 되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본인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나경원 의원은 '흥행 카드'라는 평이 많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의 흥행을 위해서라도 나 의원이 완주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이 당내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세종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명숙 전 총리를 지목해 비난한 데 대해서는 "야권에서 여성 후보가 유력한 만큼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나 의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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