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의 전투병 파병을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중앙일보가 자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자 여론조사 결과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중앙일보가 은폐한 파병 여론조사, '전투병 파병' 찬성 14.8%에 불과**
중앙일보 3일자는 1면 톱과 3면 관계기사를 통해 2일 전국 20세이상 남녀 1천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는 모두 10개 항목에 대해 실시한 것으로, 중앙일보는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 정당지지도, 최병렬 한나라당대표 단식에 대한 여론 등 주로 정치현안에 대해 9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문제는 그러나 마지막 10번째 질문인 '00님께서는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파병' 관련 응답결과를 1면 톱기사와 3면 관계기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일 이라크에서의 한국인 피살사태이후 이라크 파병에 대한 민심변화가 큰 관심사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납득할 수 없는 태도다.
문제 항목에 대한 조사결과는 중앙일보 인터넷판 여론조사결과 데이타베이스에서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여론조사결과는 중앙일보가 사설과 논설위원 기명칼럼 등을 통해 주장해온 '전투병(특전사) 위주의 파병'에 대한 지지율은 14.8%에 불과했다.
반면에 '파병방침 철회'는 40.5%, '이라크 재건 위주의 파병'은 40.8%, 모름-무응답은 3.9%로 조사됐다.
'전투병(특전사) 위주의 파병'에 찬성한 이들을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10.7%와 10.8%로 가장 낮았고 40대 10.8%, 50대이상 24.3%로 조사돼, 그나마 50대이상이 전투병 파병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이상의 경우는 '파병방침 철회'에 24.4%, '이라크 재건 위주의 파병'에 43.3% 찬성해, 파병을 하더라도 재건 위주의 비전투병 파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희 "그래서 전투병이 가야 한다"**
중앙일보가 이같은 '파병' 관련 여론조사를 보도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숨기기' 차원을 넘어서 이날 중앙일보 오피니언란에 실린 '그래서 전투병이 가야 한다'는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의 글과 정면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그동안 일관되게 전투병 파병론을 주장해온 부사장급의 김영희 대기자는 이날 기명칼럼을 통해 한국 민간인들이 피살된 것을 빌미로 "그래서 전투병이 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김기자는 "한국인 최초의 희생자가 생긴 것은 충격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에서 얻는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파병 결정을 철회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에 보내는 부대의 구성에서 전투부대의 비중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위능력이 없는 재건지원 위주의 부대를 보내면 누구보다 이라크 게릴라들이 가장 반가워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다른 나라들의 기를 꺾는 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원하는 수준의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파병을 백지화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물은 뒤 "파병의 백지화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없어 언급을 생략한다. 그러나 이라크 사정은 다르다. 게릴라 공격이 무서워 파병 철회가 속출하고 미군이 철수를 서두르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후세인이나 그 잔당의 권력 복귀일 것이다. 그것은 수만, 수십만명의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피의 보복을 동반한 21세기판 테르미도르(反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이다.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수만명의 국민을 독가스로 학살하고 일족의 세습왕조를 세운 후세인 일당의 복귀를 용납할 수 있는가. 파병 백지화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포기하는 것이다"라며 줄기차게 미국과 코드를 맞췄다.
언론은 아무리 '사실'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어긋난다 할지라도 '사실' 자체를 은폐해서는 안된다. 은폐는 왜곡보다 더 심한 반언론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영희 대기자의 칼럼 전문이다.
***[투데이] 그래서 전투병이 가야 한다**
한국인이 이라크 게릴라 공격에 피살된 바그다드 북부 사마라~티크리트 고속도로가 어떤 곳인가를 아는 것이 사건의 배경을 이해하고 파병 논의를 효과적으로 하는 데 필수적이다. 티크리트는 사담 후세인의 고향이고, 사마라와 티크리트는 후세인의 장기 폭정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수니파 삼각지대에 든다. 지난 주말 일본인 외교관 2명이 피살된 곳도 이 고속도로에서다.
사마라에서는 6개월 전 미군이 도심의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에게 실수로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마라의 젊은이들은 줄줄이 그들이 말하는 '성전(聖戰)'에 참가하고, 미 군정이 임명한 경찰서장과 부족장들까지 미군의 사마라 철수를 요구해 미군은 사마라 시내 세곳의 캠프 중 두곳을 폐쇄했다. 한국 민간인들이 게릴라의 공격을 받은 날인 11월 30일 대낮 시내 중심가에서는 미군과 게릴라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이라크인 54명이 사살됐다. 이라크전쟁 이후 최악의 사건이었다. 수니 삼각지대는 후세인 잔당으로 보이는 게릴라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던 알카에다 패잔병들의 활동 중심지로 바뀌고 있다. 그들의 게릴라 활동의 특징은 공격목표에서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여름 그들의 공격을 받아 수석대표를 잃은 유엔 바그다드사무소는 미국으로부터 홀대받으면서도 이라크 지원활동을 하던 평화의 사도들이었다. 오무전기의 4명의 직원도 바그다드에 전력을 공급해 이라크인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 주려던 사람들이었다. 일본인 외교관 2명도 재건 지원을 논의하러 티크리트로 가던 길이었다.
이 정도의 설명으로 두 가지 확실한 결론이 나온다. 후세인 잔당들이 수니파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후세인 시대에 향수를 갖는 수니파 이라크인들을 선동하고 동원해 저항운동을 전개한다. 거기에 아프가니스탄 등 외부에서 일거리를 찾아 잠입한 직업적인 테러리스트들이 또 다른 게릴라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유엔의 복귀와 여러 나라의 추가 파병을 막아야 한다. 후세인 잔당의 배후에 후세인 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라크 게릴라들이 바라는 것은 혼란스러운 정세의 계속이다. 혼란이 계속돼 미군에 대한 반감이 후세인 잔당에서 일반 이라크인들로 확산되는 것을 기대한다. 그들의 표면적인 적은 미국이지만 마음속의 적은 치안회복을 통한 이라크 정세의 안정과 순조로운 전후 복구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이 당초의 일정을 바꿔 내년 7월까지 이라크 과도정부에 주권을 완전히 이양할 계획을 밝히자 오히려 불안하고 초조해 무차별 게릴라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이라크에 어떤 성격의 부대를 얼마나 보낼 것인가의 진지한 논의는 이런 사정을 시야에 두고 진행돼야 한다. 한국인 최초의 희생자가 생긴 것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얻는 결론은 그렇기 때문에 파병 결정을 철회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에 보내는 부대의 구성에서 전투부대의 비중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어야 한다. 자위능력이 없는 재건지원 위주의 부대를 보내면 누구보다 이라크 게릴라들이 가장 반가워할 것이다.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다른 나라들의 기를 꺾는 데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원하는 수준의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병을 백지화하는 것은 어떤가. 파병의 백지화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없어 언급을 생략한다. 그러나 이라크 사정은 다르다. 게릴라 공격이 무서워 파병 철회가 속출하고 미군이 철수를 서두르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후세인이나 그 잔당의 권력 복귀일 것이다. 그것은 수만, 수십만명의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피의 보복을 동반한 21세기판 테르미도르(反動)일 것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이다.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수만명의 국민을 독가스로 학살하고 일족의 세습왕조를 세운 후세인 일당의 복귀를 용납할 수 있는가. 파병 백지화는 명분과 실리를 함께 포기하는 것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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