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중진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논의 초반부터 '무용론'에 휩싸였다. 친박계 의원들이 국민투표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으면서 중진협의체를 사실상 징검다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르면 4일 중진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3선 의원 이상이 인선 대상이며 배분은 양 계파(친박-친이, 혹은 원안 찬성론자-원안 수정론자) 각 2명 씩 4명과, 양 계파가 추천한 중립 성향 인사 각각 1명 씩,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이 협의체는 3월 말까지 활동하며 세종시 문제에 대해 토론한 후 그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결론이 모아질 가능성은 낮다. 결론이 강제성 띠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합의를 못 본 채 4월 초 의원총회에 또 다시 논란이 부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 또는 당론 변경을 위한 시간끌기 아니냐"는 친박계의 반발이 일고 있다.
"청와대라고 해서 중진협의체에 기대감을 걸겠나"
친박계 4선 중진인 이경재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을 중진협의체에서 결론 맺을 수 있겠느냐"며 "황금알을 낳는 중진회의가 아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중진협의체 기관 (구성이) 어떻게 될지, 성격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의총의 전권을 위임받은 기구인지, 거기서 결정된 것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 불분명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자 절충안 마련을 주장해온 친이계 4선 중진 이윤성 의원이 "일주일 동안 지금 말한 게 몇차례 거듭됐다. 그 얘기를 왜 또 이자리에서 말씀하는지 속내가 잘 이해가 안간다"고 발끈했다.
이 의원은 "어떤 모양이 나오든 어떤 그림이 나오든 백지 상태의 도화지가 나오든, 과정을 한번 밟아보자. 찬물 끼엊는 얘기, 국민 저항 운운하는 얘기는 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공식적으로 의총을 통해 원안 찬성이 30분, 수정이 50분, 그리고 절충이 필요하다는 분이 13분 정도 나왔다"고 말했다. 결국 중진협의체는 수정안이나 '제2의 수정안'인 절충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당론변경 절차를 밟아나가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진협의체의 인적 구성에서부터 뚜렷한 결론을 내기 어려운 조건에서 출발한 이상 논의는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당이 자율적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청와대는 당분간 접어둔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게 친박측의 의심이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친박 뿐 아니고 친이쪽 사람들도 중진협의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고 중간에 어떤 절충안을 내도, 그것이 구속력이 있겠는가 하는 것은 기대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지금 중진협의체라는 것이 시작부터 굉장히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누구도 주시하지 않는 그런 협의체로 출발을 하는데 청와대라든지 정부라고 해서 중진협의체에 커다란 기대감을 걸고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거의 99%가 통과가 안 되는 것을 자꾸 국회로, 한나라당으로 넘겨서 논의하라고 하면 이게 되겠느냐"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 철회를 주장했다.
친박, 세종시 국민투표에 여전히 의구심
한 의원은 결국 (중진협의체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국민투표 얘기가 또 나올 것"이라며 "국민투표 불씨는 살아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국민투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발언이 '국민투표는 안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국민투표를 하게 되면)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그 뒤를 감당할 수가 없지 않느냐. 또 위헌의 소지도 있는 것이고, (이런 결점을) 다 알고 있는데 쉬쉬하기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경재 의원은 이 대통령의 '중대 결단' 가능성을 흘린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을 겨냥해 "양치기 소년 우화를 빌릴 것도 없이 이런 것(국민투표론)이 자꾸 반복되면 정치권에 신뢰가 상당히 훼손될 것을 누군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