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지난 4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보도들은 있는데 하지만 이 불매운동에 대해서 조금 부정적이고 일면적인 부분만을 좀 보도를 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게 자발적이고 또 전국적이고 또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되고 있다는 이러한 모습들이 일본에 그대로 전달되면 아마 일본 국민들이나 시민사회들도 많이 동요를 하게 될 것이고요. 특히 한국의 젊은층들의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좀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젊은층들은 일본에 유학도 오게 되고 또는 가장 관광을 많이 하는 세대들인데 이들이 일본에 대해서 반일감정을 갖는 것은 미래에 일본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젊은층들에 대해서는 좀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우익 세력이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해 '정부가 주도한다'거나, '일부만 참여한다'는 여론을 퍼트린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번 '명동 노재팬 배너' 논란은 그런 사실을 불식시켜준 계기가 될 수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명동의 '노 재팬' 배너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서양호 청장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너기를 내리겠다"면서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서 청장은 "중구청의 '노 재팬' 배너기 게첨이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면서 "중구청장으로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로 함께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를 향한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하나로 모여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유 불문하고 배너기는 즉시 내리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명동 '노 재팬' 배너 논란은 서양호 청장이 사과를 하면서 결국 해프닝으로 귀결됐지만, 이 논란이 남긴 긍정적인 면들이 없지 않다.
앞서 서울 중구는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 명동 거리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태극기와 함께 '노 재팬(No Japan)' 글자가 적힌 배너를 설치했다. 명동 등을 시작으로 을지로, 태평로, 동호로, 청계천로, 세종대로, 삼일대로, 정동길 등에 총 1100개 가량의 배너를 달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첫째, '보이콧 재팬'이라는 슬로건이 '일본' 전체를 뭉뚱그려 평범한 일본 관광객이나,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 둘째로는 정부와 연결된 단체가 나서서 직접 '노 재팬' 구호를 채택함으로서, 일본에 대한 항의 표시가 '관 주도'로 이뤄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이 우려로 제기됐다.
이는 중구의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 정부과 과열된 '반일 여론 몰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시민들이 나서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서울 한복판에 배너 설치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반전됐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중구가 직접 나서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 불매 운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결국 서 청장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하고 배너 설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집단 지성'과 중구청의 '철회 결정'은 한국 시민들이 일본 경제 보복을 대하는 태도를 역설적으로 드러내 주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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