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5일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에서 활동할 지방재건팀(PRT) 보호를 위해 올해 7월 1일부터 2년 6개월간 350여명의 군인이 아프간 파르완주로 떠나게 됐다. 2007년 샘물교회 사건으로 민간인 2명이 희생된 후, 그 해 12월 동의·다산 부대를 모두 철군시킨 지 2년 6개월 여만에 이뤄지는 재파병이다.
"김선일, 윤장호, 배형규, 심성민을 잊었느냐"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반대토론을 한 뒤 표결이 시작되기 전 모두 퇴장했다.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 재적 의원 163명 중 찬성 148, 반대 5, 기권 10으로 처리됐다.
표결에 앞서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반대 토론을 통해 "아프간 재파병은 실익도 명분도 없다"며 "이슬람 국가 전체를 적으로 만드는 위험한 결정으로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우리 국민과 교민들이 테러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국가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의리'를 명분삼아 파병을 한다는데 이는 어불 성설"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국격이라는 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 6000억 원 가까운 파병 비용을 경제 지원으로 돌려야 하고 파병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다른나라는 철군을 논하는 시점에 파병하면서 기간을 2년 6개월로 한 것은 60조 2항, 국군의 해외 파병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동의안은 부결시키고 1년, 혹은 1년 6개월로 단축하는 수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박 의원은 "파르완은 안전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때문에 앞으로 불안해질 우려가 큰 곳"이라며 "2년 6개월로 파병하는 것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과 정 반대로 오히려 테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이라크에서 처참하게 희생당한 오무전기 노동자들, 그리고 김선일 씨, 아프간에서 희생당한 윤장호 하사, 샘물교회 사건의 배형규, 심성민 씨를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 참담한 고통을 잊은 것인가"라며 "강대국의 불의를 위해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 위상 높이는 일이냐"고 비난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재파병은 UN 안보리 결의에 의해 파병했다는데 문제는 이 UN결의안의 핵심은 군대 파병이 아니고 '재건'에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백번 양보해 지방재건팀(PRT) 보호 목적으로 파병된다고 해도 PRT 자체가 아프간 재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많은 국제 NGO들은 재건팀 자체와 '군사화된' 원조가 바람직하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못하며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황진하, 정옥임 의원은 "우리는 절대 혼자 살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 책임 있는 국가로 나서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의 국격을 위해 아프간 파병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함께 아프간 파병동의안 처리 규탄대회를 갖고 파병안 처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재파병 하지 않겠다"며 철군했던 한국, 2년만에 뒤집어
아프간 지역 정세는 악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11월에는 아프간 주재 한국 기업들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의 세 차례나 공격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이 재파병 논의에 착수하자 탈레반은 지난해 12월 성명을 내고 "한국이 파병할 경우 나쁜 결말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은 당시 국회에 출석해 "국제사회 일원으로 의무를 다 하는 것"이라며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라고 했었고, 국방부 김태영 장관은 "불가피한 교전이 있을 수 있고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피해가 있다고 철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김 장관은 2007년 철군 당시를 회상하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007년에는 고 윤장호 하사가 바그람 미 공군기지 근처에서 테러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에 샘물교회 신도 등 23명이 탈레반에 피랍됐고 그 중 2명이 희생됐다. 이같은 일이 잇따르자 한국 정부는 2001년 아프간 전쟁 이후 파병했던 동의·다산부대 철군을 선언하며 "다시는 재파병 않겠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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