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아파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들썩일 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분양가를 통제하는 장치는 1963년 11월 공영주택법이 시작일만큼 연원이 깊다. 무주택자들을 상대로 시장 매매가격 보다 싸게 내집 마련을 해 주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 분양가 규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1989년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됐었고, 1998년 외환위기시에 전면 자율화됐다, 참여정부 들어 분양가상한제라는 이름을 획득했다.
분양가 자율화 이후 폭등한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낳은 가공할 폐해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할 목적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공격적이고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시장정상화 장치들을 거의 전부 형해화시켰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연동제를 폐지하고 전면 자율화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취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1998년 평당 512만 원이던 서울 지역 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2019년 5월 2569만 원을 돌파했다. 불과 20년 새 5배가 오른 것이다. 분양가가 이렇게 치솟다보니 내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이 지난해지고, 2014년 이후 최근처럼 부동산시장이 투기로 난장판이 된 상황에선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교란되기 마련이다. 폭등한 분양가는 당연히 공급주체(재건축 및 재개발 조합), 시행사, 건설사가 불로소득 형식으로 사이좋게 분점한다. 따라서 주변시세에 맞춰 결정되는 분양가가 아니라 정부가 택지비와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더해 정하는 분양가상한제를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오히려 늦은 감이 크다.
분양가상한제가 공급을 줄일거라고?
일각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장기적으로 공급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공급주체, 시행사, 시공사가 가져가는 이익이 과거 보다 줄어들 뿐이다. 예컨대 어떤 시공사가 이익이 조금 줄어든다고 인원과 장비를 놀리며 건설수주를 보이콧하겠는가? 어떤 이들은 2007년부터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민간택지 포함)의 결과로 그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이 줄었다는 소리를 한다. 곡학아세도 이런 곡학아세가 없다. 2008년에는 1929년 세계대공황 이후 가장 치명적이었던 글로벌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위축시켰다. 투자와 소비가 꽁꽁 얼어붙는 건 정한 이치다. 이런 마당에 어떤 간 큰 건설사가 분양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시장전망을 두고 공급을 늘리겠는가? 공급 부족 운운하는 소리는 분양가상한제를 탄핵하려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분양가상한제를 보완할 장치 도입과 함께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최초 수분양자가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 공급주체, 시행사, 시공사가 분점하던 불로소득의 일부가 최초 수분양자에게 이전되는 셈이다. 따라서 최초 수분양자가 누리는 불로소득을 눅이는 장치도입이 긴절하다. 전매제한 및 채권입찰제 패키지 도입이 그 대안일 듯 싶다. 즉 전매제한기간을 8년으로 늘리고, 채권입찰제를 도입해 최초 수분양자가 누리는 불로소득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하는 패키지가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되면 무주택자들이 시장상황에 동요되지 않고 청약시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2기 신도시를 능가하는 입지에 3기 신도시들이 들어설 예정이니 이 역시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는 공급사이드의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공급대책만으로는 가격 하락에 어려움이 있다. 9.13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들고 가려 하기 때문인데, 이게 가능한 건 보유비용이 터무니 없이 낮은 탓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공표하기 바란다. 과세기준을 낮추고 세율을 높이기 어려우면 적어도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와 일정표라도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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