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경제팀이 내놓은 '카드 부양책'에 대해 경제시민단체와 여야 정치권의 비난 공세가 쇄도하고 있다. "김진표 경제팀이 지금 제 정신이 있느냐"는 게 공통된 질타다.
특히 이번 조치의 배경에 카드사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커다란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여연대, "카드사 로비 받고 이러는 거냐"**
정부는 지난 주말인 27일 김진표 부총리 등 경제장관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 준수 시한 3년 연장, 적기시정조치 연체율 완화 등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한 신용카드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했었다.
참여연대는 29일 이와 관련 성명을 통해 "최근의 경기침체를 야기한 주요원인 중 하나는 지난 김대중 정부 후반기의 무리한 경기부양정책에 있다"며 "참여정부 역시 경기부양정책의 달콤한 유혹에 너무 쉽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맹성토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의 틀을 허물어뜨리는 것은 정부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최악의 정책"이라며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 없이는 경기안정은 물론, 성장도 구조개혁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교훈을 1997년 외환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배웠으나 참여정부의 경제장관들은 그 교훈을 벌써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급격한 내수위축 방지를 목적으로 애초보다 1년 연장되었던 현금대출 비중 준수시한을 또다시 2007년 말까지로 3년 더 연장하고, 현금대출 비중 산정시 대환대출채권을 제외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은 현금대출 비중이 60%에 이르는 현실은 우리나라의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보다는 사실상 고리대금업에 치중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더구나 재벌계 카드사들이 기업구매카드를 통해 현금대출 비중을 낮추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현금대출 비중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이번 조치의 이면에는 재벌계 카드사 등 카드업계의 로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신중한 사전적 경영판단 및 각고의 사후적 자구노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로비에만 열중하는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게 되며, 결국 그 부담은 채무자들의 고통과 국민경제의 불안정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경기부양의 근시안적 시각에서 금융감독규제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경제팀에 대해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의 틀을 근본적으로 재고하여 엄격한 기준을 일관성있게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우리경제를 '하루살이 경제'로 전락시키자는 거냐"**
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참여연대와 마찬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뒤 "더욱 문제인 것은 재경부가 카드사 부실과 3백5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이 또다시 카드사 부실을 심화시키고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수 있는 카드를 통한 단기적 경기부양책을 제시한 것은 우리 경제를 '하루살이 경제'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도박에 다름 아니다"고 질타했다.
경실련은 이어 "카드 빚과 같은 악성 채무를 시장원리에 의한 근본적 해결이 아닌, 경기부양 목적으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통한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더욱 악화시키는 정부정책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즉각적인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오래 전부터 일관되게 카드 부채 문제를 제기해온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경기부실 돌려 막기 신용카드 완화책 규탄집회'를 가졌다.
민노당은 "정부가 신용불량자가 처한 절망적 상황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카드사의 부실경영이 남긴 폐해를 다시 빚으로 부양하려는 정부의 카드 규제완화책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이번 대책은 현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를 사실상 카드 빚으로 땜질해 보려는 정부의 돌려막기에 다름아니다"고 규탄했다.
***여야 한목소리로 김진표 경제팀 규탄**
기존 정치권의 비난도 거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9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27일 발표된 정부의 신용카드 규제 완화 대책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이날 비판에는 '정신적 여당'인 통합신당까지 가세할 정도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경제팀의 시대착오적 정책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통합신당 김부겸 의원은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투자 환경이 미진한 상태에서 투자로 연결되기 힘든 금융권, 특히 카드사의 가계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은 우리 경제를 더 큰 나락으로 빠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기 부양 수단에 한계가 있더라도 다시 개인에게 돈만 풀어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는 없고 국민을 더 큰 빚쟁이로 모는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정부는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은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 50% 이하 준수 사항을 올해에서 내년으로, 다시 오는 2007년으로 계속 연기하는 것은 카드사의 잠재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카드사 경영 부실의 일차적 원인은 땜질식, 냉온탕식, 비일관적인 정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어 "신용카드사의 적기시정조치 기준 중 하나인 연체율(10%)을 완화하는 것도 카드사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도 "카드 사용을 부추겨 과소비를 조장한 정부가 카드사들의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카드사의 건전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부실한 정책까지 재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감위와 금감원이 카드사에 대한 검사를 하면서 신용카드 발급, 개인 신용 정보 유출 등 법규 준수 실태만 점검하고 부실 책임에 대한 제재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금융 감독 기구의 검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위회의에서 "카드사 건전성 규제에 대한 일관성 없이 무작정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은 미래의 부실을 통해 현재의 부실을 해소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한구 정책위부의장도 "소비는 장래소득이 괜찮을 거라는 믿음에서 나와야 하는데 서민들은 그동안 정부말만 믿고 따르다 당했다"면서 "장기적으로 카드사 부실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식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가계 부실과 카드사 부실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선 안된다"면서 "경제살리기의 핵심인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당혹감속 김진표 경제팀 옹호**
이처럼 각계의 거센 비난여론에 대해 청와대는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김영주 비서관은 이날 오전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이번 조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이 사안에 일일이 뭐라고 말씀하지 않았다"며 "이번 정책은 지난 토요일 오전에 김진표 부총리 주재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결정된 것이며 이 자리에 권오규 정책수석이 참석했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김 비서관은 이어 '노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지난 정부의 신용카드 대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지 않았느냐'는 추가질문에 대해 "지난 정부가 카드정책을 잘못했다는 것은 대통령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라면서 "이번 조치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지만 정부가 추진중인 카드업계 건전화 기조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번 조치를 옹호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