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쇼크에 이어 이번엔 '오일쇼크'까지 도래, 가뜩이나 위태로운 한국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OPEC, 기습적 감산 결정**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오는 11월1일부터 산유량을 3.5% 줄이겠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OPEC은 이날 늦게 개최되는 정례각료회의에서 이같은 감산안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감산안이 승인될 경우 OPEC의 산유량은 현재의 하루 2천540만배럴에서 90만배럴 줄어 지난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산유량 감축이 결정된 것은 지난해 1월 이래 최초의 일이다.
셰이크 아흐메드 파드 알-아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이날 빈 OPEC 본부에서 열린 11개 회원국 비공식회의후 "OPEC가 11월1일부터 산유량을 90만배럴 줄일 것"이라면서 최근의 원유가격 하락과 재고 상승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유가격은 그동안 OPEC의 목표가격대(22-28달러) 범위내에서 안정적인 동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현행 생산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이라크의 생산회복 전망과 이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감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브라힘 알 울룸 이라크 석유장관은 이라크의 석유 수출량이 현재 하루 1백80만 배럴에서 12월 2백만배럴, 내년 3월에는 2백80만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 조치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추가 감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 폭등, 세계증시 대폭락**
OPEC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로 반전하는 반면, 세계증시는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경제 침제 우려로 대폭락했다.
그동안 국제 금융계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이라크 석유수출량을 늘려 유가를 20달러선까지 끌어내리는 '경기부양책'을 취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주가 상승을 견인해 왔으나, OPEC의 기습적 감산결정에 따라 이같은 기대가 무산되면서 패닉에 가까운 유가 급등과 주가 폭락장세를 연출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OPEC의 감산조치 발표 직후 한때 28.44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날에 비해 배럴당 1.11달러(4.1%) 상승한 28.24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 8월1일 이후 최대치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15달러(4.5%) 오른 26.67달러에 끝났다.
24일 뉴욕증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격적인 산유량 감축발표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술주를 중심으로 대폭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58.03포인트(3.05%) 떨어진 1,843.69로 마감됐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0.53포인트(1.57%) 하락한 9,425.31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9.66 포인트(1.91%) 빠진 1,009.37로 각각 장을 마쳤다.
마이크로소프트(-3.8%)와 오라클(-3.6%), 인텔(-4%) 등 주요 기술종목들도 근래에 보기 드문 폭락세를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4.7%)와 생명공학지수(-4.3%), CBOE 하드웨어지수(-3.9%), 에이멕스 네트워크지수(-3.5%) 등 기술업종의 종목별 지수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반면 유가급등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에너지종목들이 강세를 보여 에이멕스 천연가스지수(0.3%), 석유서비스지수(2.3%), 석유지수(0.5%) 등이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경제 치명타**
당연히 국내증시도 25일 대폭락했다. 개장직후 17포인트가 빠지는 폭락세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9시20분께 22포인트가 빠져 7백2를 기록하면서, 7백선마저 붕괴될 위기를 맞았다.
이번 오일쇼크는 세계경제의 경기침체 장기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주가가 대폭락한 것이다.
특히 이번 오일쇼크는 지난 22일 미국의 환율공세에 따라 주가가 대폭락하는 쇼크를 경험한 직후 연이어 터져나온 악재여서, 올 경제는 물론 내년까지도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오일쇼크에 따라 올해 성장률은 2%대에 머물게 확실하고, 삼성-LG-현대 등 주요 민간경제기관이 예상했던 내년도 성장률 4.3~4.6%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위기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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