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2,3세 크게 당한 이야기

처음에 돈 크게 불려주자 너도나도 돈 맡겨, 1천억원대 사기

재벌 2,3세들이 크게 당했다.

***피해액 최소한 1천억 넘어**

서울지검 조사부(소병철 부장검사)는 12일 돈을 크게 불려준다며 7백45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전직 외국계 은행직원 최철주씨(37)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재작년 12월 초순부터 올 4월까지 사학재단인 S학원 이사장의 아들 이모씨에게 "다른 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특별 우대금리를 주는 금융상품이 있다"고 속여 거액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최씨는 예치금을 받을 때마다 서울 중구 무교동 소재의 인쇄업체에서 정교하게 위조한 정기예금 증서 21장과 약속어음 9장을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에 검찰이 밝혀낸 7백45억원은 피해액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피해자 이모씨외에도 피해자들이 많으며, 그 피해액은 무려 1천억원대를 크게 훌쩍 뛰어넘는다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검찰은 현재 최씨가 피해자 이씨가 가입한 재벌 2,3세 사교모임 `베스트'의 회원들에게 접근한 정황을 포착, 3∼4건의 추가 피해신고를 받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에 크게 돈 불려부자 너도나도 돈 맡겨**

12일 '베스트'의 한 회원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에 구속된 최철주씨는 사교모임 '베스트'의 총무 역할을 맡아왔다. 재벌상속자도 아닌 최씨가 이 모임의 총무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빼어난 재테크(?) 솜씨때문이었다.

그는 피해자 이모씨에게 처음에는 엄청난 수익을 올려주었다. 이씨의 돈 2백억원대를 운용해 얼마 뒤 6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려준 것. 요즘처럼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부심하던 회원들에게 최씨는 단숨에 인기스타가 됐고, 너도나도 "내 돈을 굴려달라"고 거액을 맡겼다. 당시 자금여력이 없던 베스트 모임의 극소수만 빼고 대다수가 최씨에게 돈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가 이번에 덜컥 일이 터진 것이다.

피해자 가운데에는 물려받은 수백억대 자산을 한차례 날린 뒤 겨우 남아있던 수십억원을 이번에 마저 날려 무일푼 신세가 된 회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피해자들은 검찰에 피해신고를 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구기피하고 있으며, 이를 우려해 아예 신고를 하지 않은 이까지 있다는 게 한 멤버의 전언이다.

이 소식을 접한 모 시중은행 뱅커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부를 축적하려 하지 않고 재테크 등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부 재벌 2,3세들의 정신상태를 보여준 대표적 사건"이라며 "이것이 바로 재벌시스템의 최대맹점이자 한국 자본주의가 처한 한심한 현주소"라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