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국방비 대폭 증액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은밀한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같은 MD 참여는 지난해 10월8일 한-미 비공개회의에서 확정됐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MD 가입 과정에 최소한 20조원대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됐다.
녹색연합, 참여연대 등 8개 시민단체는 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국방부, 통계 조작말라"**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우선 국방비 증액과 관련,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 17조4천2백64억원보다 4조9천2백31억원 늘어난 22조3천4백95억원으로 28.3% 증액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까지 늘리겠다고 한 국방부의 국방비 증액계획은 한국의 필요보다 미국의 필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들은 첫번째 문제점으로 정부가 내세우는 국방비 증액 논리의 '통계 조작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우리나라 국방비가 GDP대비 2.7%에 불과해 3.5%인 세계평균에 크게 떨어진다고 주장하나, 통상 우리 정부가 말하는 '국방비'는 국방부 소관예산으로만 한정돼 있어 정부재정상 '방위비'로 분류되는 경찰청 소관의 전투경찰비, 해양경찰청의 해양경찰비, 병무청 소관의 병무행정비 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반면에 국제기준은 이런 예산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국제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방위비는 이미 GDP대비 3%를 상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따라서 "정부는 세계평균 국방비를 말할 때는 국제기준으로, 한국의 국방비를 말할 때는 국방비 소관 예산만으로 한정함으로써 마치 한국의 국방비가 대단히 낮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경제규모가 커지면 GDP대비 국방비의 비중이 작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정부의 주장대로 한국의 국방비가 GDP 대비 2.7%라 하더라도 액수로는 약 1백40억달러로 세계 10위에 해당하며 국방부가 자주 비교대상으로 삼는 이스라엘, 대만보다도 훨씬 높은 순위"라고 지적했다.
***"경제, 민생 희생양될 것"**
두번째 문제점으로는 국방비 대폭 증액에 따른 경제 및 민생의 '희생' 위험을 지적했다.
이들은 "IMF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상황 속에서 빈부격차 심화와 실업률 폭등 등으로 국민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시점에 한정된 예산을 알뜰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다른 예산은 동결하면서 유독 국방비만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포괄 안보'를 저해할뿐 아니라 경제회생 및 국민복지 향상에 쓰여야 할 재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번째 문제점으로는 국방비 증액 추진과정과 목표에서 한국의 필요보다는 미국의 필요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미 관리들의 잇따른 국방비 증액 압력은 동북아지역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미국 재배치를 포함해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한국측에 전가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나오고 있다"며 "결국 한국의 국방비 증액은 한국군의 자주적 역량 강화보다는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머리를 미국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팔다리의 근육을 키우는 것은 자주국방과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은밀한 MD 참여'를 결정한 10.8 비공개회의**
이들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0월8일 미국의 미사일방어국(MDA) 후원하에 연세대 국제대학원과 미 외교정책분석연구소가 공동주최한 비공개회의 내역을 폭로하며 "국방부가 오래 전부터 미국 주도의 MD 참여를 은밀히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10.8 비공개회의에는 차영구 현 국방부 정책실장, 배형수 해군 조업단장 등 군인사를 포함해 국방부.외교부 실무자들과 연구자 등 국내에서 33명이 참여했다.
미국 쪽에서는 토머스 하버드 주한미대사,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 한국의 MD작전을 원격조정하는 미국 텍사스 소재 32nd 육군 방공 및 미사일방어사령부(32nd AAMDC)의 호워드 브롬버그 작전사령관을 비롯해 미사일방어국(MDA) 실무자와 한미연합사 고위장교 등 모두 28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레이시온과 록히드 마틴, TRW 등 MD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미 군수업체 고위관계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가장 핵심적 사안은 '어떻게 하면 드러내지 않고 한미간에 MD협력을 할 수 있는가'였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김대중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MD 불참의사를 밝혔고, 한국의 여론 또한 MD에 호의적이지 않으며, 대북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적.공개적이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한국의 MD 참여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이 비공개회의의 핵심의제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의 참석자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한국의 MD 참여가 공식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한국군 현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이는 국방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고 은밀히 MD참여를 추진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MD 가입시 최소한 20조 필요**
이들은 또 MD 참여에 따른 국방비 소요액이 최소한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은 "PAC-3, 이지스 전투제계 및 스탠다드 미사일, AWACS(조기경보기) 등 관련 무기체계 도입 비용만도 6~7조원에 달할뿐 아니라 대개 무기체계의 운영 유지비가 구매가의 3~4배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MD 관련 무기 획득 및 운영.유지비만 해도 20조원 안팎이 쓰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미국이 동북아 MD의 허보기지로 삼으려고 하는 오산 등에 추가로 제공될 공여지 토지 비용 및 기지 신설 지원비도 수조원에 달하는 등 우리 안보에 하등의 도움이 안되는 MD에 수십조원을 날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처럼 돈먹는 하마가 될 것이 확실한 MD참여는 경제발전 및 교육.사회복지 등을 위해 사용될 예산을 갉아먹는 한편, 진정으로 자주국방에 필요한 재원을 고갈시킴으로써 경제,복지,교육,국방 등을 포괄한 21세기형 포괄 안보 실현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MD 참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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