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가 재반박을 하고 당내 친이계는 격분하는 등 청와대-박근혜, 친이-친박 간 감정 싸움이 임계치를 향해 달려가는 분위기다.
정두언 "박근혜, 자신이 마치 대통령 다 된 것처럼 생각해"
이같은 발언을 전한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말 뜻 그대로 보면 된다. 박 전 대표 스스로 어제 발언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측에서 '강도 비유'가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한 게 아니라고 하는데, 박근혜 전 대표도 '강도 비유'를 이 대통령을 지칭했다고 안한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
이 의원은 이동관 수석에 대한 불쾌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주변 참모들이 '결기' 운운하고, 국무총리 실장이 '사회주의'를 언급하고, 일부 친이계 의원들이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거론해가면서 지도자 자질이 있네, 없네 하는 식으로 인신공격하는 것이 이 대통령의 뜻에 맞는 것이냐"며 "주변 참모들이 이 대통령의 뜻을 거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감정 대응을 자제했지만, 친박계 내부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특히 이동관 홍보수석의 대응 태도로 인해 계파간 감정 싸움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마치 청와대가 싸움을 하자고 하는 것 같다. 이게 무슨 사과까지 할 사인이냐"며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불쾌하게 여기니까 이 수석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고 이 대통령에 화살을 돌렸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방귀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이동관 홍보수석의 발언에 정치적 저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수석은 자신의 발언이 대통령의 반응인지 본인의 반응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도 쌓여 있던 불만을 표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친이계 핵심으로 꼽히는 정두언 의원은 이날 "대통령한테 막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박 전 대표를 직격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지나치게 잘못 대응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을 거두 절미한 채 (집안 사람 강도론으로) 대응한 것은 의도가 있든 없든 분명히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시 받아친 靑 "감정적 대응 안타깝다"
박 전 대표가 사과 요구를 일축한데 대해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우리는 사리와 도리를 갖고 이야기한 것인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니 안타깝다"며 재차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진들의 회의에서도 "해도해도 너무한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이제 달래면서 넘어갈 수는 없다"는 등 격앙된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박 전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이동관 수석은 박 전 대표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면서 '박근혜 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를 향해 공세를 퍼부은 것은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이번 '강도 논란'이 처음이다.
박 전 대표를 향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난한 이 수석이지만, 그 자신 역시 "꼬리를 내렸나", "황당하다"는 등 자신의 연이은 언급을 통해 뿌리깊은 감정의 골을 내비쳤다. 세종시 논란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정운찬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진의는 모르겠으나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한다는 것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가정"이라고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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