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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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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

파업 첫날에만 3조6천억 인출 밝혀져, 시장의 보복

파업 첫 날인 18일 하루동안에만 조흥은행에서 3조6천여억원의 예수금이 빠져 나가면서 사실상 조흥은행의 유동성이 마비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국은행은 19일 2조원의 자금을 긴급지원했으나, 자금이탈 사태가 계속될 경우 조흥은행은 '자금중개 기능'이라는 은행의 역할을 더이상 못할 전망이다.

***파업 하루사이에만 3조6천억 인출**

금융감독원은 19일 "18일 저녁 7시를 기준으로 조흥은행의 은행계정 총수신규모를 파악한 결과 39조7천30억원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전날대비 8천6백94억원이, 은행전산망 다운을 선언한 지난 11일 대비로는 2조1천3백40억원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하루동안 이탈한 예수금중 원화는 7천2백15억원, 외화는 1천4백79억원이다.

하지만 조흥은행이 18일 투신사등 다른 금융기관에서 8천억원대의 하루짜리 콜자금을 빌린 대목을 고려하면 실제 이탈 규모는 더 컸다.

조흥은행에 따르면, 18일 저축성예금이 1조5천9백78억원이 빠져 나간 반면 요구불예금이 8천6백86억원, 양도성예금이 1백13억원이 각각 늘어나 총수신 감소폭을 줄였다. 하지만 이들 요구불예금과 양도성예금은 대부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조흥은행이 다른 금융기관에서 빌린 하루짜리 콜자금으로 알려져, 실제로 이날 조흥은행 은행계정에서 빠져나간 돈이 1조6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금감원이 공개하기를 꺼린 종금계정에서도 2조원대의 자금이탈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은행계정과 별도로 기업자금을 주로 관리하는 조흥은행의 종금계정(어음관리계좌 운용자산 포함)에서는 2조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조흥은행측은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국민연금이나 종금사 등이 단기자금으로 맡겨둔 돈을 빼내갔다며 18일 하루동안 인출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같은 은행계정과 종금계정에서의 이탈액을 합할 경우 파업 첫날인 18일 하루동안에만 모두 3조6천억원의 천문학적 거액이 조흥은행에서 이탈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의 무서운 보복**

파업 이틀째인 19일 조흥은행의 1백70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점포들도 비정상적 영업을 해야 했다. 특히 오전에는 문을 열었다가 오후에 문을 닫은 점포가 많았다. 이처럼 많은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은 고객의 인출요구가 계속되면서 이들에게 내줄 돈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한국은행은 이날 정오무렵 조흥은행에 2조원을 긴급지원했으나, 인출요구가 계속될 경우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은 예상했던 바이나 이처럼 엄청난 인출사태가 발생할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요즘처럼 은행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파업이 끝났다고 해서 빠져나간 돈들이 제자리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인출 과정에 많은 고객들이 '다시는 너희와 거래하지 않겠다'는 식의 분노를 토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은 조흥은행을 인수해봤자 과연 당초에 기대했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은행의 본연의 기능은 자금중개 기능인데 조흥은행은 이를 철저히 무시해 고객들의 거센 저항을 사고 있다"며 "고객들이 더이상 은행의 머슴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하룻사이에 3조6천억원의 천문학적 거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에서 '시장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절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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