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쟁과 관련해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이계 개혁 성향 의원들 중심으로 '세종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내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은 5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세종시 수정 법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며 제출 시기는 당의 입장이 정리된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며 "지도부는 세종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당내 논의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의원 연찬회 등 다각도의 노력을 책임있게 전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정부가 3월 초에 세종시 수정 관련 법안을 제출한 후에 의원총회를 열 것"이라며 '선(先) 법안 제출, 후(後) 당론 결정'으로 입장을 정한 것과 달리 '선 당론 결정'을 주장한 것이다.
'민본21' 간사이면서 이명박 대통령 직계로 꼽히는 권영진 의원은 "3월 중순까지는 당론이 마련돼야 한다"며 "세종시 논란은 최대한 빨리 종결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민본21'은 또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과 달리 세종시 수정안 제출로 야기된 국정 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솔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제라도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나라당 뿐 아니라 야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 등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처럼 정운찬 총리가 대신 나서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지만 "다만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세종시 의견 수렴을 위한 당내 논의 시작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본21'의 이같은 주장은 기본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 안되며, 기탄없는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친이계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친박계의 반대로 사실상 수정안 통과가 어려운 마당에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친박계에도 불리하지만은 않다. 당헌상 당론을 변경할 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50~60명의 친박계 의원들이 반대할 경우 당론 변경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본21'에 김선동, 현기환 등 친박계 의원들이 일부 참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같은 입장은 친이계 개혁 성향 의원들 모임인 '통합과 실용'의 입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론을 변경시키거나 강제적 당론을 만들기 어렵다면 크로스보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의원들 개개인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투표하고 결론이 나면 승패에 관계없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서 진 거니까, 타격이라고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쿨'하게 담담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이같은 흐름과 별개로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당론이 바뀌어도 나는 반대", "어떻게 결정하겠다는 것을 밝힌 다음 토론한다는 것은 토론이 아니다"고 수차례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이같은 '출구전략' 논의가 힘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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