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갖은 '말실수'에 대해 '어정쩡한 사과'로 일관해 또 다시 눈총을 받았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정 총리는 정치인을 '똘마니'로 규정했다"며 "이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자 정 총리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한 말은 아니다. 거친 표현이 있었다면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이같은 답변에 회의장에서는 "사과를 하라는데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는 고성이 나왔다.
전날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자 "계파 보스 말에 따라 달라진다", "정치인들은 국가 경쟁력보다 지역 표를 얻기 급급한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동시에 비난을 받았다.
정 총리가 "일부 정치인인들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언급하자 회의장에서는 "누가 '일부'라는 것이냐", "의장님 주의를 주세요"라는 등 야유가 쏟아졌다.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이 "원안대로 하는 것은 '사회주의 도시'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정 총리는 해명 대신 "자꾸 말씀드리지만 언론에 잘못 보도됐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자기보다 조금 진보적, 개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빨갱이로 보는 사람은 다 빨갱이로 보이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한 친박 의원은 정 총리의 '계파 보스 발언'을 두고 "친박계가 계파 보스의 말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는데, 친이계가 계파 보스를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뭐냐. 그렇다면 정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도 비난한 것이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별세한 민주당 이용삼 전 의원이 4선 의원이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것을 모른채 빈소를 찾은 정 총리가 이 전 의원의 유가족에게 "초선인데…", "애기(자식)들은 어떻게…"라고 말해 빈축을 샀던 일을 지적당하자, 정 총리는 "이용삼 전 의원에게 결례를 한 것은 아직 (사과를) 실현은 못했다"며 "유족께 가서 사과를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단식중인 양승조 의원에게 만찬 초대장을 보낸 데 대해서 정 총리는 "만찬 때에는 단식을 거두실 것으로 생각하고 아마 실무자들이 초대장을 보낸 것 같다.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실무진 탓을 했다.
"6.15정상회담 10주년" 질문에 정 총리 "6.25는…"
하지만 정 총리의 '말실수'는 이날도 계속됐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정부에서 6.15 정상회담 10주년을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6.25(전쟁)때 참전국이…"라고 답한 것. 그러나 이 질문이 나오기 직전까지 박 의원과 정 총리는 6.15 정상회담 10주년과 관련해 약 1분 여간 짧은 문답을 주고 받았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박 의원이 황당해 하며 "지금 6.15정상회담에 대해 물었다"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당황해하며 "죄송하지만 정말로 안들린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설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정 총리는 "그 문제는 전문가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질문하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남북 문제는 통일부 현인택 장관 소관이다. 정 총리는 "정부 기본 입장은 원칙에 입각한 중도 실용이라는 생각"이라며 "공개적으로 말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어떤 비밀 접촉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미 쇠고기 협정과 관련해 정 총리는 "대만의 식품법 개정은 미국과 합의하지 않은 일방 조치인데, 앞으로 미국과 대만 정부의 협의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며 "만약 미국이 대만 등과 우리보다 나은(강화된) 조건으로 협의하면 우리도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정부는 앞서 "다른 국가가 우리보다 더 강화된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우리도 미국과 재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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