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세종시법이 통과될 당시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던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이 세종시 수정안 '전도사'로 변신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으로부터도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다.
권 실장은 3일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주최한 세종시 토론회에서 참여 정부 시절을 회상하며 "부처 이전이 이뤄질 때면 (나는) 공무원을 안 할테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었다"며 "2005년에 내가 했던 실수를 하지 말고 의원 여러분이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어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버스 기사 비유'를 반박한 것을 거론한 뒤 "신뢰는 올바른 결론이 나온다는 전제로 해야 한다"며 저런 것(세종시 원안)을 가지고 신뢰를 내세우는 것은 지도자나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로 잘못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전 대표는 앞서 "(권태신 실장이)버스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가다 낭떠러지를 봤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한 것이라고 비유한 것을 봤는데 잘못된 생각"이라며 "승객은 그렇게 보지 않는데 버스기사만 낭떠러지를 봤다고 하는 것"이라고 권 실장을 직격했었다.
권 실장은 또 박 전 대표의 '원안 플러스 알파'에 대해서도 "원안 자체가 수도 분할이므로 50년, 100년 뒤에 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으로 가는 것이 충청권의 저변 민심"이라고 덧붙였다.
권 실장은 "도시 전문가들 말로는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고 한다"며 "정부 부처가 가면 발전한다는 것은 '관 주도적' 사고다. 과천, 대전 등에 정부 청사가 있는데, 이 때문에 지역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은 못들었다"고 주장했다.
권 실장은 "우리가 발을 잘못 디디면 금방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세종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 텍사스주의 7분의 1도 안되는 나라가 분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경률 의원을 비롯해 친이계 의원 18명이 참여했다.
권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총리실장이라는 사람이 집권 여당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정책이 아닌, 신뢰라는 가치에 대한 교육을 시키는 모양새로 나선 것도 그렇지만 그 곳에서 특정인(박근혜 전 대표)을 사실상 지목해 일방적인 비방을 한다는 것은 행정부가 입법부와 여당을 가볍고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 기획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써 왜 당시에는 그런 소신을 펼쳐 (세종시법을) 저지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권 실장의 이런 기회주의적인 행태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냈던 이상민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은 논평을 내고 "전 정권에서 청와대비서관과 재경부차관으로 세종시원안의 이론적 논리를 뒷받침했던 사람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권력에 빌붙어 과잉충성에 앞장서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권의 관료들은 과잉충성도 유분수지 도를 넘어서 이제는 막가자는 식"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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