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김진표 새 경제팀의 감세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참여연대의 이같은 제동은 경제관료들로 구성된 새 경제팀이 기업친화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사전제어적 의미가 강한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참여연대, "세수기반 확충 대안없는 감세에 반대"**
참여연대는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2003년 세제,세정 개혁과제'를 발표하며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감세 추진 정책과 관련, "현재 재경부를 중심으로 감세정책 실시와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그러나 감세는 대선 당시 재정부담을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도 반대한 사항"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우리는 제반 여건이 가능할 경우 조세부담을 낮추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과세 기반 확충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계산, 정책대안 없이 감세만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더욱이 조세개혁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고 그 어떤 성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지금 감세를 언급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새 경제팀이 추진하고자 하는 감세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참여연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새 경제팀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기업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법인세 등 세금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제전문가인 김진표 부총리는 입각 다음날인 지난 28일 KBS라디오 '박찬숙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세수전망을 따져봐서 그 범위내에서 세율을 낮추도록 계획을 짜겠다"며 중장기적 세율인하방침을 밝혔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세수추계와 세율인하 계획을) 미리 발표할 수 있으면 미리 발표해 기업이 투자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토지보유과세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올려나갈 것이라는 방침도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앞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김진표 부총리의 이같은 언급은 경기급랭을 막기 위한 적절한 정책수단이 없는 현상황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기업의 설비투자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선 법인세 감면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세수확충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법인세 인하는 기업에게만 특혜가 돌아가고, 일반 국민에게는 세금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양상이다.
세금인하를 둘러싸고 앞으로 한 차례 뜨거운 논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싱가포르의 감세 계획도 저항에 부딪혀 주춤**
세금 인하, 보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인하는 지난해 대선때부터 뜨거운 쟁점중 하나였다.
발단은 미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가 법인세와 소득세 등 직접세율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고,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율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요컨대 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투자를 활성화, 경기불황에서 탈피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 건국후 최대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5월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를 대폭 감면하는 동시에, 이에 다른 재정 손실을 메우기 위해 "2003년 1월부터 상품과 용역에 대해 매기는 세금을 현행 3%에서 5%로 2%포인트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상품과 용역에 매기는 세금이란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를 일컫는다. 한마디로 말해 부가가치세를 종전보다 66%나 올리겠다는 충격적 발표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3일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차원"이라면서 당초의 판매세금 인상 계획에서 한걸음 후퇴했다. 이첸룽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상품과 용역에 대한 세금을 현재 3%에서 2003년 1월부터 4%로 우선 1%포인트 인상하고 2년 뒤인 2005년 1월부터 다시 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규모의 세제개편을 서두르던 미국도 반대여론에 주춤거리고 있다. 부시 정부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매기는 누진세율 체계를 단일세율(Flat Tax)로 바꾸거나, 개인소득세와 법인세를 아예 폐지하고 연방판매세(National Sales Tax)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재 연방정부가 걷는 2조 달러 상당의 세금 중 개인소득세가 1조달러, 법인세가 2천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부시는 그러나 이와 비슷한 규모의 세수를 간접세로 확보하는 대신 직접세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연간 10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층의 세율부담은 현행 38.6%에서 크게 낮아지고 기업들의 세 부담도 줄게 된다.
당연히 반대여론이 폭발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폴 크루그먼 등 경제학자들은 "누진세율을 폐지하면 부자들만 덕을 보게 되며 그 부담이 중산층이나 빈곤층에 고스란히 이전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최근에는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ed) 의장도 이같은 세제개편에 반기를 들었다.
***노무현 후보 대선공약은 "법인세 인하 반대"**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번 대선때 법인세 문제가 뜨거운 경제쟁점중 하나였다. 전경련 등이 "경쟁국 수준으로 법인세를 낮춰야 기업이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있다"면서 대선후보들에게 법인세 인하 또는 폐지를 요구한 결과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이같은 재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인세율을 인하해 기업의 세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 후보는 직접세인 법인세를 축소하는 대신 줄어든 세금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해 대체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법인세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노 후보는 "법인세를 2% 인하할 경우 1조5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데 그중 1조2천억원의 감면혜택은 대기업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3천억원만 소기업이 혜택을 받게 된다"면서 일률적인 법인세 인하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2001년 진념 당시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국회에서 법인세를 1% 인하한 결과, 총 7천5백억원 세수감소분중 5천5백억원이 상위 0.3%의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단지 당시 노무현 후보는 중소기업과 소기업의 형평성을 고려해 현재 12%인 최저세율을 10%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따라서 김진표 새 경제팀이 경기부양 차원에서 검토하기 시작한 법인세 인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과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노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올해 예산안을 보면 부자나 서민이나 똑같이 세금을 내는 간접세 비중이 50.6%로 직접세를 초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득세율은 9~36%로 독일(51.2%), 미국(45%), 일본(50%)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율 또한 24%(순이익 1억이상 27%, 1억미만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4%(1999년)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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