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주말인 20일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는 집회를 열었다. 말 한 마디만 해도 전 언론에 보도되는 제1야당이 약자들의 의사표현 수단이라 할 장외집회에 나선 것도 난데 없지만 거기서 나온 말들은 더 황당하다. 자유당의 황교안 대표는 "이 정권의 좌파 독재 끝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제가 선봉에 서겠다.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이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황 대표는 이 집회에서 '좌파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황 대표가 보기에 "좌파"도 대한민국 시민들이 싫어하는 것 같고, "독재"도 싫어하니 그 둘을 조합한 것 같다. 그런데 황 대표가 사용하는 '좌파'라는 말이 뜻하는 바가 무언지 모호하다. 우선 황 대표는 '좌파'를 '진보'와 동일시하는 건지, 아니면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겠다. 황 대표가 '좌파'라는 말을 '사회주의'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황 대표가 '사회주의'가 무언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리버럴 정부이며, 대한민국에서 문재인 정부를 사회주의 정부 비슷하게 보는 사람들은 자유당 지지자 일부와 태극기 파쇼 뿐이다. 만약 황 대표가 '좌파'라는 말을 '진보'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해도, 황 대표의 인식수준이 걱정된다.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데에는 진보적인 사회경제개혁을 하지 않는데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즉 문재인 정부에 진보가 넘쳐서 문제가 아니라 모자라서 문제라는 뜻이다.
"독재"운운한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실소 밖에 나오지 않는다. "독재"는 자유당의 정신의 아버지들인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전매특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황교안 대표처럼 대정부 장외집회를 했다면 처형됐거나 남산에 끌려가 거꾸로 매달렸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독재정부'라고 준열히 꾸짖는 황교안의 모습은 자못 비장했지만, 한 없이 우스웠다.
황교안 대표에 질세라 나경원 원내대표도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의 3대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 첫째, 자유민주주가 무너지고 있다. 둘째,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다. 셋째,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사자후(?)를 토했다. 그런데 헌법과 법률을 죄다 어겨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재판거래 등으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며, 삼성 이재용 등 일부 재벌과의 부당거래 및 부동산 투기 권장 등으로 시장경제를 무너뜨린 정부는 자유당이 낳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아니었던가? 지금 나 원내대표는 과거 자당 정부의 과오를 자백하는 것인가?
자유당은 쓸데 없는 짓 그만하고 일터인 국회로 돌아가 산적한 법안처리에 집중하기 바란다. 장외집회는 약자들의 마지막 무기다. 강자 중의 강자인 자유당이 약자들의 마지막 무기마저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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