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지난달초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하려 했으나, 정부의 적극적 대응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고 있다.
만약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방치했을 경우 지난 98년 1월의 마지막 신용등급 하향조정이래 5년여만에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증시 등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안겨주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하게 빗겨난 위기**
재정경제부의 권태신 국제금융국장은 5일 "무디스가 지난달 하순 방한하기에 앞서 지난 1월6일 방문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었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그러나 "무디스는 북핵문제 등을 점검한 후 지난 22일 한국방문을 마치는 자리에서 기존 긍정적(Positive) 등급을 유지키로 했다"며 "이후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하향통보는 없었다"고 밝혔다.
권 국장의 이같은 발표는 이날 한 통신이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현재의 '긍정적(Positive)'에서 한단계 낮은 '안정적(Stable)' 또는 두단계 아래인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조정하겠다고 재경부에 전해왔다"고 보도한 데 대한 해명 과정에 밝혀졌다.
1월초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을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나 지난 1월20~21일 방한을 계기로 백지화됐다는 해명인 것이다.
재경부에 따르면, 당시 무디스는 "북핵문제로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미시위가 격화되고 있고 정책적 혼선이 조기에 해소될 조짐이 없다"는 점을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의 원인으로 밝혔었다.
이에 국제금융국의 권국장은 무디스 관계자들에게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한국을 찾아 실상을 직접 점검해줄 것을 간청했고, 이에 무디스는 지난 20~21일 한국통으로 알려진 대표단 3명을 당초 방한 예정보다 두 달이상 앞당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재경부 등 관련 당국자들과 접촉을 갖고 돌아갔다.
재경부는 무디스 방한에 앞서 노무현 당선자측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고, 이에 노 당선자와 인수위측은 숙의를 거듭한 끝에 그동안 일부 혼선을 빚었던 노동 및 재벌정책에서 분명한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했고 이에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 하향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국제금융국,큰 일 했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5일 이와 관련,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국제금융국이 큰 일을 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과거 같았으면 무디스가 뉴욕에서 일방적으로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을 발표했겠지만 이번에는 국제금융국이 적극적으로 무디스측에 직접 한국에 와 현지에서 의문점들을 확인해줄 것을 간청해 이를 관철시킴으로써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이라는 충격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과정에 무디스가 우리나라 신용등급 조정때 자문을 받고 있는 어드바이저(adviser)인 골드만 삭스도 적잖은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밖에 최근의 불안한 국제금융 상황을 고려할 때 무디스가 세계경제에 깊게 편입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우리나라를 마음대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더불어 지난해 세계최고 성장을 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흔들 경우 국제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유지 결정에 한 몫을 했으리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이제 더이상 국내차원에서만 정책을 펼칠 수 없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은행 민영화 문제 등도 이같은 맥락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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