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이나 피해자분들에게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 관련기사 : 한국당 '세월호 막말' 논란, 나경원 "아픔 드렸다면 유감")
나경원 자유당 원내대표가 차명진 전 의원(현 한국당 부천소사 당협위원장)과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의 '세월호 막말'에 대해 한 발언이다.
나는 차명진의 발언이나 정진석의 발언보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차명진이 페이스북에 한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 "좌빨들한테 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라는 발언은 스스로 인간 실격을 선언한 발언이다.
정진석 역시 지인이 보냈다는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메시지를 페북에 게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차명진과 정진석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범했다. 그런데 이들의 죄를 수습하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자가 자당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저지른 대죄에 "유가족이나 피해자분들에게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사과의 기본은 아무런 조건이나 단서를 붙이지 않는 것이다. '~라면'같은 단서가 붙은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나 원내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간다.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유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쉽게 말해 지금 나 원내대표는 '차명진이나 정진석의 발언에 세월호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이 아픔을 느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는데 만약 아픔을 느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있는 느낌을 표명한다'라고 발언한 셈이다.
단언컨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과가 아니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의 사과 같지 않은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달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지난 2월 자유당 김진태, 이종명 등이 연 '5.18진상규명공청회'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나 원내대표는 2월 10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이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한 바 있다.
놀라울 정도로 닮지 않았는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자당 의원들의 왜곡과 모욕과 공격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인식과 이에 대한 표현,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차명진 등 자유당 인사들의 망언에 대한 나 원내대표의 인식과 그에 대한 표현은 복사한 것처럼 유사하다. 광주민주화 운동 희생자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그의 유감표명에는 한줌의 공감능력도, 손톱만큼의 연민도, 일말의 진정성도 담겨 있지 않다.
이런 사람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 뽑혔고 그 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의 현 주소이자, 불행이다. 이쯤되면 정말 궁금하다. 나 원내대표는 80년 5월 광주와 세월호를 각각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