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하나의 결정이 이뤄졌다고 해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재고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일인가 고민해봐야 한다"며 국회의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정 대표는 "세종시 문제는 '과거에 대한 약속'이냐, '미래에 대한 책임'이냐의 문제"라며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 선하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의 '세종시 원안 고수' 주장을 모두 비판한 것이다.
정 대표는 "한나라당 안의 의견 차이는 문제에 대한 진단은 같은데 처방에 있어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술을 해서 대못을 뽑아내느냐, 아니면 그냥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할 것이냐의 차이"라며 "의원 뿐 아니라 모든 당원들과 모든 것을 터놓고 모든 것을 다 짚어가며 한나라당의 세종시 처방전을 만들 것"이라며 사실상 당론 결정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또 "정치인들은 늘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 사실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에서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모두 상대를 인정하고 귀를 기울이는 기본 자세가 필요하다"고 우회 논법을 통한 '박근혜 때리기'를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표는 정 대표의 연설에 앞서 본회의장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는 정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죠"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혼잣말로 "말도 안되는…"이라며 노골적인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북한, 군사 모험주의로는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다"
정 대표는 "지난 정권에서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용납하지 않고 화해 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원칙이 무너졌다"고 DJ,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정 대표는 "북핵 해결을 우선하면서, 정상적인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을 꾸준히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핵폐기론'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북한이 변하지 않고는 진정한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무엇보다 북한에 선-군정치를 선-경제정치로 바꾸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북한이 NLL을 향한 포 사격과 같은 군사 모험주의로는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사법 제도 개혁, 정치 개혁, 교원평가제 처리"
정 대표는 사법 제도 개혁을 강조하며 "국회폭력 사건, 왜곡편파보도 사건이 잇따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국민 절대 다수의 법 감정에 반할 뿐 아니라 법원 스스로 독립성을 무너뜨린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법원을 비난했다.
정 대표는 "공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경쟁력 있는 공교육"을 위해 "교원평가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하루 빨리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이 일자리 목표를 공약하고 임기 중에 공시한 일자리 목표를 달성토록 하는 '일자리 공시제'(가칭)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에게 여야 월례 회담을 상설화 할 것을 제안했다. 정치개혁 과제로 정 대표는 △국회예결특위 상설화 △국민참여선거인단제 정착 △공천배심원제 적극 추진 △공천 제도의 법제화 △여성정치인참여할당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