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 공보팀이 6일 제1호 <인수위 브리핑>을 발표했다.
A4용지 4쪽으로 구성된 이날 브리핑은 최근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의 '측근인사 중용' 비판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 표명(1쪽)과 '인수위 활동 확인보도 절실'이라는 제목의 최근 인수위 개혁관련 보도에 대한 해명(2쪽) 등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인수위 활동 확인보도 절실'이라는 제목에 '설익은 의제.개인의견 부각, 국익에 도움 안돼'라는 부제가 붙은 2쪽의 내용이다.
"인수위에서 전혀 고려되거나 검토되지 않은 사항이 기정사실처럼 보도되는가 하면, 일부 인사들의 개인의견이 인수위 공식의견으로 확대돼 보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인수위 관계자들의 발언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와전되는 등 과열 경쟁보도 폐해가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인수위가 지목한 4개 문제 기사**
이렇게 최근의 언론 보도태도를 문제 삼으며, 대표적으로 문제 기사로 지목한 것은 다음 4가지였다.
첫번째는, 지난 2일 보도된 '권력형비리조사처 신설' 추진기사였다. "일부언론이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부패문제를 전담 조사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크게 부각했지만, 정작 인수위에선 전혀 고려되거나 검토되지도 않은 사항이었다"는 게 인수위 해명이다.
두번째는, 역시 지난 2일의 '대기업구조조정본부 폐지 유도' 관련보도였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 "경제2분과 간사의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본부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존폐여부는 별도로 검토해 보겠다'는 발언이 과장보도됐다"고 해명했다.
세번째는, "공기업 임원의 잔여임기가 보장된다"는 보도였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 "인수위원장이 인수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어서 '큰 과오가 없으면 끝까지 가겠죠'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한 것이 확대된 경우다"라고 해명했다.
네번째는, 인터넷으로 각료추천을 받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인수위는 이와 관련, "인터넷을 인물추천의 한 방안으로 추진한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경우다"라고 해명했다.
***언론의 책임**
인수위는 이같은 문제 기사의 생산원인과 관련, "이처럼 무리한 내용이 보도로 이어지는 것은 인수위가 출범단계인 데다 언론사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그러다보니 책임 있는 인사에 대한 확인취재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는 따라서 "무리한 보도로 인한 혼선은 새로 출범할 정부에도 부담이 되지만 그보다도 국민들께 잘못된 정보를 드려 오도하게 되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며 "이는 국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자칫 민심불안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중한 보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인수위의 이같은 지적과 우려는 일정 부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인수위 주장대로 "본격적인 활동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의제설정조차 안된 상태"인 인수위의 몇몇 간부들을 대상으로 과열취재경쟁이 벌어지면서 '검토' 단계의 정책 아이디어가 마치 '추진' 또는 '확정'된 것인양 보도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위 책임은 없는가**
하지만 이같은 혼란의 책임을 모두 언론 탓으로만 돌리는 인수위 태도 역시 문제다. 대다수 문제 기사의 원인 제공자는 다름아닌 인수위였기 때문이다.
첫번째, '권력형비리조사처 신설' 추진기사는 사실상 새로운 기사가 못된다. 노무현 당선자가 대선직전 발표한 공약 '노무현의 약속'의 1백50대 핵심과제중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소 이름만 바뀌었을뿐 동일한 내용을 기사화한 대목을 문제삼는 것은 도리어 인수위의 과잉반응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재계가 크게 반발한 '대기업구조조정본부 폐지' 검토 기사는 다름아닌 김대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의 발언에 기초한 기사였다. 김대환 간사는 향후 노무현 정부의 재벌정책과 산업정책 등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을 책임맡고 있는 최고책임자다. 따라서 그의 발언이 갖는 무게는 여간 무거운 게 아니다.
실제로 김간사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크게 일 조짐을 보이자, 이정우 경제1간사는 서둘러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간사 발언의 무게를 인수위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다.
세번째, 임채정 인수위원장의 '공기업 임원 잔여임기' 발언도 신중하지 못하기란 오십보백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원들만큼 정권교체기에 '인사'에 예민한 집단도 없다. 이런 시점에 "큰 잘못이 없으면 끝까지 갈 것"이라는 임 위원장의 발언은 취재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기사가 아닐 수 없다.
네번째, 인터넷으로 각료 등의 추천을 받겠다는 인수위의 아이디어 역시 발언의 진원지인 인수위가 '확대해석'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지나치다. 실제로 인수위는 이 아이디어가 '파퓰리즘' 논란을 빚자, 당초 장,차관,국장급으로 보도된 인터넷 추천대상을 장관급으로 국한하기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 기사는 오보가 아닌 것이다.
***'사전 스크린' 순기능도 해**
역대 정권교체기마다 '과잉보도' '과열보도' 논란이 있어 왔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새 정권이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가는 각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반면, 생소한 인물들이 다수 포진한 새 정권이 어떤 정책을 취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인수위 관계자들의 얘기 한두마디만 듣고서도 이를 1면 톱으로 내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이 과정에 적잖은 오보도 양산돼 왔다.
하지만 이같은 보도 결과는 역기능과 동시에 순기능도 해왔다. 정책을 확정하기에 앞서 필수불가결한 '사전 스크린'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위가 상당 부분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는 보도들을 사사건건 문제삼으며, 그 책임을 모두 언론쪽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성숙한 태도라 할 수 없다. 그보다는 인수위 스스로가 먼저 '말의 신중함'을 견지하고, 자신들이 한 발언에 대해서는 '말의 경중'을 해명하는 태도가 바람직해 보인다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노 당선자가 대선에 이기기까지 메이저 언론과의 숱한 갈등과 긴장이 있었던 만큼 인수위의 일거수일투족은 필요 이상으로 언론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시점일수록 인수위의 성숙한 대응이 요구된다.
보다 성숙한 <인수위 브리핑> 2호를 기대해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