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에서는 대선 이후 그룹 인사의 향방이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인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고교 선배인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인 이재용 상무보의 거취가 관심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6일"지난해의 예에 따라 오는 10일을 전후해 그룹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인사와 관련, 지난주말부터 재계에는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승진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윤종용-이학수 쌍두마차 체제로 가나**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57)은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자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리는 실세중 실세다. 이 본부장의 거취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부산상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부산상고 52회로, 53회인 노무현 당선자의 1년선배다.
노당선자와 삼성은 과거 좋은 인연을 맺은 적도 있다. 노 당선자가 통합민주당 후보로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해 정치적으로 어렵던 시절 92∼95년 노 당선자가 이 회사 법률고문을 맡았었다. 이학수 본부장은 92년 삼성 회장비서실 부사장이었고, 94~96년에는 삼성화재 부사장,사장을 맡았던 까닭에 직간접적으로 노 당선자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관측은 이학수 본부장의 삼성전자 부회장 승진설. 이 본부장은 삼성화재 대표를 맡으며 지난 95년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재까지 만 7년째 사장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승진설이 나돌았으나 "구조본부장의 직급이 높을 필요가 없다"며 고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의 부회장 승진이 단행되더라도 이는 결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삼성 일각에서는 이학수 본부장의 삼성전자 회장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나, 삼성측 관계자는 "사장이 곧바로 회장으로 가는 일은 직제상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본부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지난 3년간 빼어난 경영성과를 올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으로 자연스럽게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윤종용 부회장에 대해선 특히 삼성전자 주식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신뢰가 거의 절대적이어서, 그의 회장 승진은 기업 이미지 쇄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 전자산업부문 최고의 CEO로 평가받는 윤종용 부회장과, 삼성의 최고 재무전문가인 이학수 본부장이 새로운 쌍두마차 체제를 구축할 경우 이상적인 경영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학수 본부장은 46년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상고,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71년 제일모직에 삼성그룹 공채 12기로 입사했다. 84년 제일제당 이사, 87년 삼성 회장비서실 상무 ,92년 삼성 회장비서실 부사장, 94년 삼성화재 부사장, 95년 삼성화재 사장, 96년 8월 비서실 차장(사장), 96년 12월 비서실장을 거쳐 98년부터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왔다.
***이재용 상무보, '상무'되나 '전무'되나**
삼성전자를 향하는 재계의 또하나의 관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의 향배다.
이재용 상무보는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로 사실상 후계작업이 오래 전부터 추진돼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 있다. 때문에 대선 전만 해도 재계에서는 이재용 상무보가 올초 인사에서 상무를 뛰어 넘는 고속 승진을 해 후계구도가 거의 완성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대선 결과 강력한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상무보를 전무로 승진시킬 경우 이에 따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상무 정도로 한 단계 승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재용 상무보가 상무보가 된지는 이미 2년이 됐다. 따라서 이번에 승진인사는 그룹 인사관행상 당연한 것이나, 승진 폭이 상무선에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무급 이상이 될 것인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승진이 상무 선에서 그친다면 현대차그룹과는 비교가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일 사장단 인사에서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전무(33) 등 로열 패밀리 4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했다. 정 부사장은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 99년말 현대차 이사로 임명된 뒤 2001년 상무, 2002년 전무, 2003년 부사장으로 1년마다 고속승진하면서 그룹의 주력사인 현대.기아차의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후계체제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당선자의 인수위 경제팀은 재계 소유 대형보험사의 계열 강제분리 명령, 상속.증여세에 대한 일괄 포괄과세주의 도입 등 삼성 입장에서 보면 여간 민감하지 않은 개혁안을 추진중이다. 때문에 과연 삼성이 어떤 대응을 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만큼 이번 주말께 베일을 벗을 삼성 인사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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