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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에 한숨 돌린 靑 '현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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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에 한숨 돌린 靑 '현상 유지'

재보선 무승부, 文대통령 국정운영에 미칠 영향은?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4.3 재보선 결과를 지켜본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총평이다. 일대일. 4.3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여야가 받아든 성적표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진 창원 성산에서는 정의당이, 경남 통영 고성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승리했다. 사실상 무승부다.

여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청와대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기조를 그대로 추진할 것이고, 경제 정책에서는 이미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권 관계자는 "재보선 이후 소득 주도 성장론에서 조금 더 유연함을 추구할 수는 있겠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은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이미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경제계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여는 등 '경제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은 규모가 두 석밖에 되지 않는 미니 선거라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2대 0으로 졌으면 정권 심판이라고 볼 여지가 남았겠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 속에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질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눈여겨 볼 점은 통영 고성에서의 민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다. 양문석 민주당 후보(최종 득표율 36.28%)는 정점식 한국당 후보(최종 득표율 59.56%)를 여론 조사에서 한때 한 자릿수까지 바짝 따라잡았지만, 결국 최종 득표율은 23.28%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 지역이 전통적인 한국당 텃밭이라고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경남(PK) 지역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밖으로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최종 득표율 45.21%)를 크게 따돌리던 여영국 정의당 후보(최종 득표율 45.75%)가 불과 500여 표 차이로 신승한 점도 민주당 내 위기 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청 관계가 미묘하게 변동하리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 민주당 의원은 "4.3 재보선을 기점으로 국회 운영의 주도권은 당으로 넘어오게 돼 있다"며 "게다가 이번 재보궐 시점에서 이런저런 악재가 청와대발로 터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물론 청와대 악재가 이번 선거와 직접 연관은 되지 않겠지만,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여권 재정비라는 숙제가 남는다"며 "여권 전체가 총선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 7명 중에 두 명이 낙마하는 등 여야 관계는 좋지 않은 상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 검증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낙마한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호화 유학' 논란에 대해 "외국에 있으니 당연히 외제차를 탔겠다는 것", "인사 검증 과정에 잘못한 게 없다"고 해명하면서 여권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국민 정서를 건드린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은 몸을 낮출 때인데 왜 저렇게 말했을까 하고 우려들은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끼리는 '왜 청와대는 마이크만 잡으면 사고를 치냐, 마이크 못 잡게 해야 한다'고 농담도 한다"며 "청와대가 민심을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에서는 조국 수석이나 조현옥 수석에 대한 경질론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수석은 경질하자니 사법 개혁의 상징성이 커서 안 되고, 그렇다고 조현옥 수석만 경질하면 한국당이 '조국 수석도 자르라'고 하지 청와대한테 잘했다고 하겠나"라며 문 대통령이 두 사람 모두를 경질하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정의당이 창원 성산에서 승리해 민주평화당과 함께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게 된 점은 민주당에도 호재로 꼽힌다. 민주당 의원은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새 교섭단체를 꾸린다면, 새 교섭단체는 바른미래당을 왼쪽으로 견인할 것"이라며 "한국당의 몫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은 건 자유한국당의 협조 여부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무승부인 만큼, 한국당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고 여야 대치 상태도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다른 여권 관계자는 "오히려 선거가 끝난 지금 한국당이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추경이나 여야정 국정협의체 참석 등 일부 국정에 협조할 수도 있다"며 "한국당도 지금 지지율로는 내년 총선에서 어렵다는 것을 아는 만큼,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는 대안 정당 이미지를 내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청와대로서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도입법 등 입법 공조를 위해서라도, 야당에 손을 내밀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청와대는 여야 대치 국면이 진전되면 야당과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나설 뜻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기다려야 하고 인사 문제도 정리돼야 한다. 적당한 시기에 야당 대표들을 모셔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도 설명하고, 입법 공조도 당부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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