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테러의 배후와 관련, 인도네시아 정부를 비롯해 미국 등 서방국가가 알 카에다에 혐의를 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일련의 대미 테러를 격찬한 알 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의 성명서가 발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타르의 친이슬람 위성TV 알 자지라는 14일(현지시간) 빈 라덴이 예멘에서의 프랑스 유조선 폭파와 쿠웨이트에서의 미해병대 통격을 격찬하는 성명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성명은 이슬람 국가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두 사건을 "영웅적인 지하드(성전) 작전"이었다고 격찬했다. 또한 이슬람교도들에 대해 "미국인과 유태인에 대한 싸움을 계속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알 자지라 방송에 팩스로 보내온 성명서 본문은 타이프로 작성됐으며, 성명 말미에 빈 라덴의 자필 서명이 되어 있다.
성명서의 진위는 아직 불확실하나, 미국 정부는 알 자지라 TV가 지난 6월에 방송한 빈 라덴의 '음성 성명'을 '진품'이라고 감정하고 있어 빈 라덴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발리 테러에 알 카에다 조직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14일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이건 알 카에다의 공격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어 "나는 예멘에 있던 프랑스 선박에 대한 공격도 이같은 유형의 테러와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며 "쿠웨이트에 있는 우리 해병대에 대한 공격은 이 세포들, 이 킬러 세포들의 국제적인 성질을 반영한다고 본다"고 말해 최근 발생한 일련의 테러가 알 카에다 작품이라는 심증을 드러냈다.
부시는 그러나 알 자지라 방송의 빈 라덴 성명 보도와 관련해선, 빈 라덴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이는 빈 라덴의 생존을 시인할 경우 현재 추진중인 이라크전 대신에 빈 라덴 체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미국내 반발여론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정작 생존 가능성이 높은 빈 라덴 체포에는 관심없이 이라크 지역의 1조달러대 석유를 겨냥, 이라크전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발리 테러후 후속 테러가 계속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정부관계자 가운데 일부 핵심요인을 제외한 정부관계자들과 가족 3백여명을 국외로 철수시키는 준비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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