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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를 보며 '부동산 백지 신탁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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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를 보며 '부동산 백지 신탁제'를 생각한다

[기고]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투기 의혹을 보며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의혹'과 '편법 증여'의혹에 휘청대고 있다. 최정호 장관 후보자를 변호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고위공직자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의 무한반복은 이제 좀 막을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부동산 투기의혹이라는 늪에서 구원해 줄 제도적 해법이 바로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가장 안전하면서 최고의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대상이다. 주변의 부자들 열의 아홉은 부동산 부자다. 이런 상식에 기반해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파워 엘리트들 가운데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사정이 이해될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쉽게 버는 경로가 확고하게 구축된 사회에서 투기는 선택이라기 보다는 재산증식을 위한 필수코스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부동산 투기를 해 치부를 한 행위가 잘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려는 생각을 가진 마당에 '자금'과 '정보'라는 투기에 최적의 조건을 구비한 파워 엘리트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외면하라는 주문은 허망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따름이다.

비극(?)은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는 고위공직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파워 엘리트들 가운데 선발된다는 점이다. 장관 청문회를 복기해 보면 알겠지만, 청문회가 제도화 된 이후 부동산 투기 의혹에 걸려 낙마하거나 내상을 입은 후보자가 허다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유독 심했지만,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자유롭진 않다. 우리는 이제 인정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기준으로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걸러내기 시작하면 온전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고위공직자 인력 풀이 매우 협소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부동산공화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고위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인력 풀을 유지하면서,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할 방법이 긴절히 요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가 고위공직자 후보들에 대한 인력풀을 유지하면서, 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아닐까 싶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는 고위공직자 후보가 취임 시에 실수요 아닌 자신 및 배우자. 직계 비속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중립적 신탁위원회에 신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실수요에 대한 소명 책임은 고위공직자 후보가 부담하며-실수요 소명에 실패하면 당연히 신탁 대상이 된다-통상 부모들이 부동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자녀 명의로 취득한 경우가 많으므로 자녀 명의의 부동산도 실수요 소명 및 신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신탁위원회는 신탁한 부동산이 매각되고 매각된 부동산의 신탁해지를 고위공직자가 신청한 경우 혹은 고위공직자 퇴임시에 매각대금을 지급한다. 매각대금은 매각 때까지의 수익(임대료 등)을 합한 금액이 신탁 시점의 시가 상당액에 그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차액을 국고로 귀속시키고 지급한다. 단 매각되지 않거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신탁자가 사임할 경우, 또는 ‘대상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을 신탁자에게 현물로 반환한다. 또한 고위공직자는 퇴임 후 몇년 간-기간은 조정이 가능하다-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 취득을 금지당한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직무와 관련하여 지득한 개발 정보 등을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을 방지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를 이렇게 설계하고 집행하면 고위공직자의 과거 투기 의혹도 깨끗히 세탁(?)되고, 개발 등과 관련해 고위공직자가 직무상 행한 결정의 공공성과 신뢰성도 확보된다. 게다가 앞으로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던지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기대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를 반드시 강행규정으로 둘 필요도 없다. 선택사항으로 두더라도 여론의 압박을 견디며 투기목적으로 구입한 부동산을 끝까지 소유하겠다는 강심장의 소유자는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얻을 것만 있고 잃을 것은 없는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 신탁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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