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의원 수 줄이자'는 자유당은 과연 누구 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의원 수 줄이자'는 자유당은 과연 누구 편?

[기고] '정치혐오' 부추기는 자유한국당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국회의원 수, 늘어나도 좋습니까? 국회의원 정원 10%를 줄이겠습니다."

거리에 붙은 자유한국당 현수막이다. 여당과 야3당이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자유당의 슬로건이 집약돼 있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나는 현수막 안의 저 문구가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본질이라고 본다. '의원 정수를 지금 보다 늘릴 것인가?vs 줄일 것인가?', '비례대표 위주로 국회를 재편할 것인가?vs 지금처럼 지역구 의원 위주로 국회를 구성할 것인가?'라는 논쟁점이 현수막 안에 담겨 있다. 물론 답은 자명하다. 국회의원 정수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야 하고(현 300명에서 인구 10만명 당 1명 비율인 500명으로 늘려야 한다), 늘어난 의석수는 전부 비례대표(현 20대 국회는 지역 253석 vs 비례47석 구도, 의원정수를 500명으로 늘리고 늘어난 200석을 전부 비례로 채우면 지역 253vs비례247 구도로 대등하게 바뀜)에게 할당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도 정치만이 희망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추문과 부패와 무능과 싸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질타에만 귀 기울이고, 국회의원들의 머리 위에 드리운 어둠에만 주목하는 건 어리석고 위험하다.

세상 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말은 헌법전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이재용 등 삼성일가(재벌), 조중동의 사주 일가(기득권 언론), 정부 고위 관료, 조용기 같은 대형교회 목사들(기득권 종교세력) 등 기득권 엘리트들에게 있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들은 '특권 과두 동맹'을 형성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한다. 이에 속한 이들은 선출되지 않고(따라서 교체가능성도 없고), 언론의 감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우며, 전체 시민의 이익에 완전히 둔감하고, 오직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에만 골몰한다.

누가 뭐래도 한국사회에서 '특권 과두 동맹'을 견제하고 제어할 힘은 압도적으로 정치권력에게 있다. 정치권력의 대표선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이다. 다행히도 시민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부자와 가난한 자, 많이 배운 자와 배움이 짧은 자, 힘이 센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리지 않고 1인 1표만 행사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언론 등으로부터 이중삼중으로 견제받고 감시당하며, 자칫하면 교체(국회의원의 경우) 당한다. 힘 없고, 가진 것 적고, 배움 짧은 시민들이 유일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이다. '특권 과두 동맹'에 속한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힘없는 시민들의 눈치를 보며,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면 시민들이 선택해야 할 바가 자명해진다. 시민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해 특권 세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 지역구 위주의 소선거구 1위 대표제가 이를 제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 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의원정수, 세대, 계층, 직능 등의 요인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데다 소수자는 정치적으로 자신들을 대표할 정당을 원내로 진입시킬 가능성이 거의 봉쇄돼 있다는 점,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해 대량의 사표가 발생하고 표의 등가성이 훼손되는 점 등이 현행 소선거구 1위 대표제가 지닌 치명적 문제점들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지역구 위주의 소선거구 1위 대표제 하에서는 '대표와 책임의 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으며, 지역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선거 결정요인일 수 밖에 없고, 국가적 어젠더를 둘러싼 정당들 간의 경쟁이 불필요하며, 지역구 의원은 온갖 민원과 지역구 행사에 매몰돼 거시 국정 현안을 돌 볼 여력이 없고, 거대 양당 구조가 온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선거제도 하에서 영원히 고통받는 사람들은 정치가 절실히 필요한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다.

자유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대표 위주로 의원정수를 대폭 늘리고, 의원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특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혁신되어야 정당정치가 복원되고, 비이성적 지역구도가 완화되며, 세대와 계층과 직능을 대표하는 정당들끼리의 정책 경쟁이 가능해지고, 의원들이 지역이 아닌 국가를 본다. 또한 비례대표 위주로 의원정수가 크게 늘어나야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효율적 통제와 촘촘한 감시와 획기적 예산절감이 가능해진다.

​그 최대 수혜자는 단연 힘 없고 배움 짧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의사가 소용 없는 것처럼, 힘 세고 강한 자들에겐 정치가 굳이 필요없다. 정치는 힘 없고 가난하고 배움 짧은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시민들의 정치혐오에 편승해 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정당, 마치 비례대표는 주권자가 선출하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는 정당은 단언컨대 힘 세고 돈 많은 자들의 정치적 호민관에 불과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