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얻지 못해 몸살난 미국이 일본에게 이라크 공격을 지지해주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을 지지하겠다는 제안을 해 국제적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빅딜'은 오는 12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돼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미티지, "안보리 상임이사국 되고 싶으면 이라크 공격 지지하라"**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및 도쿄방송(TBS)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원한다면 이라크 문제를 '주의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일본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해주면 반대급부로 일본 우파들의 오랜 숙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미국에는 (일본에) 비판적인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고 노골적으로 안보리 가입 지지 입장을 밝힌 뒤 "이라크가 안보리 결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유엔과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인 만큼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결정할 경우 일본이 스스로의 입장을 주의깊게 검토해 '국익'에 따라 행동하기를 희망한다"며 일본의 이라크 공격 지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아미티지는 이어 현재 일본이 안보리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언급하며 "안보리 결의 의무를 지키지 않는 나라(이라크)에게는 엄한 태도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미티지의 이같은 제안은 현재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일본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12일 뉴욕에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군사행동보다는 유엔의 대이라크 핵사찰 관철 등 외교적 노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신문은 또 고이즈미 총리가 만일 미국이 군사행동에 들어가려 한다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 또는 개발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 지지 카드를 꺼내듦에 따라 극우성향의 고이즈미 총리가 이라크 공격 반대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으며, 따라서 오는 12일 미.일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국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이즈미, 지난해말에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 시도**
고이즈미 총리는 9.11테러 직후 열린 지난해 56차 유엔총회에서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정식으로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요청에 대해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한, 중국 등 아시아국가들은 "일본이 과거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현상황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은 불가하다"는 강력한 반대입장을 밝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 시도는 좌절됐었다.
일본 우파들은 그러나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1백30억달러의 전비를 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한 이래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60%이상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에 대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 미국이 아무리 이를 지지하더라도 실현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공개지지하고 나설 경우 수구적 성향이 짙은 보수세력이 집권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간에 군사적 동맹관계가 급속히 강화되면서 한반도가 위치한 동북아 지역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위험성이 높은만큼 미.일 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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