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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대출 개입 말고 차라리 금리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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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은행대출 개입 말고 차라리 금리 올려라"

주택담보대출비율 크게 낮추려 하자 금융권 반발

부동산 투기를 잡아 증시를 부양하려는 정부대책이 투기의 근원인 과도한 통화량 회수 등 근원적 대책 대신에 금융산업의 자율적 판단사항인 주택담보대출 억제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정부대책은 대외신인도에 치명적인 관치(官治) 논란를 재연하는 동시에, 도리어 단기 투기성 자본의 활동영역을 부동산외 주식 등 다른 영역으로 확산시키고 금융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줄이기 정책**

정부는 지금 아파트값과의 전쟁을 진행중이다. 상습투기꾼에 대한 세무조사, 강남 투기과열기구 지정, 공정위의 아파트값 담합 조사 등에 이어 2일에도 서울시 전역과 수도권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선정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까지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의 경우 담보가의 70∼80%까지 대출해주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6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컨대 지난 4월부터 도입한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LTV, Loan To Value)이 60%를 초과할 경우 건전성분류를 '고정'으로 강화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하는 방안이다.

전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3일 시중은행장들과 점심을 같이 하며 주택담보대출 비율 하향조정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전세계가 주택값 폭등시대**

이같은 정부 대책은 작금의 아파트값 급등에 은행들의 경쟁적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하겠다. 기업의 자금수요 격감으로 은행들은 소비자금융 그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에 전념했고, 그 결과 은행 돈을 빌리기 쉬워진 일부 투기세력들이 은행돈으로 아파트 투기를 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나 이같은 정부대책이 '미봉책'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불붙은 아파트값 급등과 관련,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번 부동산값 급등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펜실버니아 대학 와튼 스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은 전년대비 4.0%가 올라 물가상승률인 2.8%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 5년간에는 20%나 올랐다. 또한 미국주택컨퍼런스(HNC)산하 주택정책센터(CHP) 발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 1천4백50만가구가 수입의 절반이상을 장기주택매입자금인 모기지론을 갚기 위한 주택비용에 지출하거나 기준이하 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수입 대비 모기지론 상환비용의 이상적 비율은
15%선이다.

중국의 경우도 베이징의 부동산개발업체 숫자가 3년동안에 1천개에서 4천개로 늘어날 정도로 부동산 열기가 대단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 상당수가 중국진출을 서두르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80년대 부동산거품의 결과 일시에 거품이 꺼지면서 전주택 소유주의 3분의 1이 집을 차압당할 정도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 영국도 요즘 들어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주택값이 급등하고 있다.

***9.11테러후 택한 전세계적 저금리정책이 주범**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계적 부동산값 급등의 원인을 '저금리 정책'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행의 정책담당자는 "지난해 9.11테러로 세계경제가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을 받자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저금리정책을 택해 내수를 진작시켰다"며 "그 결과 전세계적으로 돈이 너무 풀려 유동성 장세가 조성됐고 그 돈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면서 부동산값이 크게 오르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부동산 거품을 예방하기 위해선 시중에 너무 많이 풀려 투기화된 자금들을 회수하는 길밖에 없다"며 "그러나 각국 정부들이 경기부양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만큼 통화당국들이 시중 유동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부동산값 급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위험성 커**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금리결정권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주말에도 "지금은 금리 인상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재차 '월권성 발언'을 했다. 한은과 금융시장 일각에서 일고 있는 "금리인상을 통한 아파트값 폭등 차단" 주장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그 대신 내놓은 카드가 주택담보대출비율 하향조정이다.

이같은 정부의 선택은 비록 우리나라가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6%의 고성장이 예상되나, 언제 또다시 침체의 늪에 빠져들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금리는 현행수준을 유지하면서 아파트값 상승에 한 요인으로 작용해온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낮춤으로써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대책은 자칫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한창 오르던 지난 1.4분기만 해도 정부는 하나은행등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이 1백%에 달할 정도로 위험수위를 넘어섰음에도 이를 모른 척 눈감아줬다. 이러다가 아파트값 폭등을 비난하는 여론이 급등하자 지난 4월 이를 80%대로 낮추었다. 이때만 해도 정부의 관여는 정당했다. 시장 내부에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이 1백%에 달한 데 대한 비판여론이 비등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60%로 낮추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시장의 반발이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위가 금융기관의 리스크(위험) 사전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문제삼는 것은 당연하나 이번에 60%로 낮추겠다는 발상은 리스크 관리가 아닌 부동산 정책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분명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아파트값이 상당한 거품이 끼어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직접 은행에 대해 대출비율 수치를 지시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는 정말로 작금의 아파트값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자신에게 부여된 도구인 금리와 통화량 조절을 통해 이 문제를 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외국투자가는 "요즘 한국정부가 취하는 정책을 보면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아파트값을 잡는 동시에 주가를 띄우겠다는 상당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정책을 고수할 경우 관치 논란이 재연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나빠지고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가 하면 투기자금이 부동산외에 주식, 그림 등으로 바삐 옮아다니면서 거품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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