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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과 정태수가 만드는 기업 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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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우중과 정태수가 만드는 기업 돼선 안돼"

<데스크 칼럼> 부실기업 도산이 신당 세력에게 주는 교훈

IMF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기업이 떼도산했다. 상당수 기업은 회생불가능 판정을 받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아예 주인이 바뀌었다. 또다른 기업들은 워크아웃이나 화의 등의 뼈를 깎는 과정을 거쳐 어렵게 회생하기도 했다.

IMF위기를 겪으면서 재건에 실패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점은 하나다. 종전의 오너 중심 경영을 고집하는가, 아니면 주주 또는 투자가를 의식한 새로운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을 하는가의 차이이다. 요컨대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낳은 정반대 결과다.

***"정당 도산 책임이 나에겐 털끝만치도 없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화두는 '신당'이다. '새로이' 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새로이 당을 만든다는 것은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기존정당이 도산했다"는 의미다.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대참패한 민주당, 자민련 등의 입장에서 보면 할말이 없는 지적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치권의 논란을 보면 이들이 정말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것인지가 헷갈릴 정도로 갈팡질팡의 연속이다. 신당 논의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혹시나' 하는 기대에서 '역시나' 하는 염증으로 바뀌어가는 분위기다.

현재 진행중인 신당 논의에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은 기존정당의 도산에 큰 책임이 있는 정객들이 한 목소리로 '네탓이오 타령'만 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도산의 책임이 자신에게는 털끝만치도 없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18일 신당 논의를 위해 반(反)노무현 진영이 한자리에 모였다. 민주당의 이인제 의원과 김중권 의원, 자민련의 조부영 의원, 이한동 전 국무총리 등 신당 논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제도정치권 인사가 그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노무현과 이회창을 비판하며, "지역과 정파를 초월한 국민통합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과연 '국민통합 정당' 운운할 자격이 그들에게 있는가이다. 과연 민주당과 자민련의 붕괴에 그들은 책임이 없는가이다.

이들이 말하는 국민통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들이 모이면 과연 국민통합이 되는 것인가. 부도난 기업의 오너나 CEO들이 모여,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운운하는 모습과 과연 뭐가 다른가.

***"김우중, 정태수가 다시 모여 새 기업을 만들자는 꼴"**

한 기업인이 이와 관련, 최근 재미난 비유를 했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 한보철강의 정태수 회장, 고합그룹의 장치혁 회장 등이 지금 한자리에 모여 '나라경제가 잘못된 정책 때문에 위태롭다. 우리가 다시 힘을 합쳐 나라경제를 구하자'고 주장하며 새로 큰 기업을 만들겠다고 나선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투자가들이 이들 회사에 투자를 할까. 일반 소액주주들이 과연 '뭔가 되겠구나'하고 주식을 사들일까. 아마도 그런 도박을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들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자신의 잘못을 눈물로 참회하고 국민경제를 망친 사죄의 의미로 조그마한 구멍가게부터 다시 시작해 국민에게 진 빚의 일부라도 갚겠다고 한다면 사정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저 사람들이 정말로 뼈저리게 잘못을 반성하고 있구나. 저들이 하는 구멍가게에서 물건 하나라도 팔아줘야겠구나'라고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유례없는 '정치 냉담현상'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기존 제도권 정치인들이 신당 창당 운운하는 것을 볼 때마다, 국회의원 뱃지를 단 정객 몇몇이 모여 정당을 만들면 다시금 국민의 폭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있구나라는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아직도 그들 눈에는 유권자, 경제적 표현을 빌면 일반 투자가들은 보이지 않는 셈이다."

***정몽준 바람도 일순간 거품될 가능성 존재**

최근 신당 논의의 또다른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정몽준, 박근혜 의원은 기존 제도정치권의 책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특히 무소속인 정몽준 의원의 인기가 요즘 이회창, 노무현 등 제도정치권의 대통령후보들을 앞지를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기존 제도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반사적으로 정몽준 의원의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몽준 의원의 주된 지지층이 변화지향적인 '수도권의 20~30대'라는 대목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가능하다. 정 의원의 합리주의적 이미지, 기존정당 인사가 아닌 무소속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신당 창당 논의과정에 일부 드러난 정몽준 의원의 갈팡질팡은 자칫 정몽준 인기가 금명간 거품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낳고 있다. 정 의원이 대통령후보로서 어떤 비전을 제시하는가보다, 민주당 반노파 및 자민련 등과의 연대 전략이 부각되고 있는 탓이다.

불과 몇달전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인기가 지금 정몽준 의원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하늘을 찌를 듯한 적이 있었다. 그때 노무현 후보가 둔 결정적 패착수가 신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김영삼-김대중과의 연대전선이었다. 노 후보를 지지한 대다수 유권자의 바람은 구태의연한 기존정치의 타파였는데, 그 바람을 잘못 읽은 결과 노 후보는 그후 두고두고 가슴을 치는 실책을 범한 것이다.

정몽준 바람도 지금 같은 위기구조에 노출돼 있다. 만약 그가 원내교섭단체 구성 등 당장의 눈앞의 가시적 성과에 집착, 자신을 지지하는 층의 바람과는 다른 길을 간다면 그의 주된 지지층인 '수도권의 20~30대'는 곧 등을 돌릴 것이다. 이들이 얼마 전 노무현 후보에게 등을 돌렸듯.

***노무현과 노무현지지 논객도 통렬한 대국민 사과해야**

신당 논의의 마지막 축인 노무현 후보진영도 이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 후보의 말대로 나갈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 눈앞의 손실에 연연치 말고 칼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할 점이 한가지 있다. 과연 내보낼 대상이 그와 대통령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했고, 지금 그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이인제 후보진영뿐인가이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신당의 칼러를 하루빨리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민주당을 참패케 한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전제로 한 신당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당내 부패세력과의 철저한 결별이 필요하다. 향후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부패방지법의 연내입법에 전력해야 한다.

아울러 노무현 후보는 자신의 상황판단 미스가 무엇이었는가를 재차 통렬하게 국민앞에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이 과정이 어정쩡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주위에서 노무현 후보의 상황판단을 그릇되게 만든 이른바 노무현 지지 논객들도 이회창 후보 집권시의 '악몽'을 강조하는 네가티브 전략 대신에, 자신들이 범한 과오부터 먼저 사과하는 진지함을 보여야 한다. 남의 잘못 못지않게 그들이 범한 과오도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노 후보 역시 이런 지지세력의 반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이들을 당내에 받아들이면서 '신세력 유입' 운운하는 과오를 재차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투자가들이 등돌린 기업은 죽기 마련**

정치권에서 지금 신당이 필요한 것은 기존 제도정치권에 등을 돌린 '정치적 냉담층'을 다시 정치로 끌어들여야 하는 일이다. 6.13 지방선거 투표율 50%, 8.8재보선 29%로 상징되는 정치적 냉담층의 증가 현상을 반전시키지 않는 한 한국정치의 미래는 없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 정치적 냉담층의 대단히 까다로운 투자가들이다.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투명성, CEO의 경영관, 주주가치 극대화 노선 등을 중시하며 투자하는 선진형 투자가들이다. 과거처럼 기업의 지명도가 높다고,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투자하는 맹목적 개미떼가 아니다.

투자가들이 등을 돌린 기업은 죽기 마련이다. 실제로 많이 죽었다.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정당의 운명도 마찬가지였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가르침이야말로 지금 신당을 꾸리고자 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좌우명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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