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강과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부 유럽 대홍수가 16일(현지시간) 하류지역으로 확대되면서 피난자 숫자가 독일·체코 등지에서 30만명을 넘어서고 이재민 숫자만 1천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사상 최악의 환경재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독일 등 피해국가의 정상들은 오는 18일 사상최초로 '홍수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슬로바키아 피해 급증**
현재 독일내에서 가장 피해가 큰 동부 작센주 당국에 따르면, 드레스덴을 지나는 엘베강 수위는 16일 오전 종전 최고기록인 1845년의 8.76m를 깨고 9.5m를 기록했다. 평소 수위가 2m였던 엘베강의 수위는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에 드레스덴시는 16일 새로 3만3천명의 주민을 대피시켜 대피 주민숫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시내 대부분 지역이 물에 잠기고 교량과 전기가 끊겼으며, 유선전화뿐 아니라 휴대전화도 불통중이다. 1만여 명의 군병력과 구조대는 곳곳에 고립된 주민들을 탈출시키는 한편 제방을 보강하고 있다. 유명한 젬퍼 오페라하우스와 츠빙거궁 등에 있는 유명 예술품들도 대부분 안전지대로 옮겼다.
비터펠트시는 댐이 붕괴되면서 화학공장들이 물에 잠겨 유독물질의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동남부의 피르나와 하이데나우도 주민 수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독일 당국은 엘베강 홍수가 하류지역으로 계속 확대돼, 내주에는 강 하구의 함부르그 근교 마을들까지 물에 잠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도 16일 오전 다뉴브강 수위가 9.91m에 달했다. 슬로바키아 통신에 따르면, 과거 5백년간 최고기록인 10.5m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뷰브강 하류인 헝가리에서는 부다페스트 북쪽의 다뉴브 강에 군인과 주민 등 수천명이 모래주머니로 둑을 쌓으며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독일 엘베강과 다뉴브강 하류의 헝가리, 루마니아 등에서는 계속 물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으며, 이에 헝가리 당국은 16일 다뉴브강 선박항해를 전면금지시켰다. 각국 정부는 군을 동원해 제방을 보강하고 있다.
***피해액 추정 불가능, 유럽경제 악영향 예상돼**
인명 피해도 속출해, AP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시아와 독일에서 각각 53명과 13명이 숨지는 등 최소 1백2명 이상이 홍수로 사망했다. 이재민도 독일에서만 4백20만명을 비롯해 모두 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적 피해도 엄청나다. 독일 내무부는 작센주 한 곳의 재건비용만 40억유로(우리돈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대홍수로 피해국들의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 2백년만의 최악의 홍수를 겪은 체코와 오스트리아의 경우 15일 저녁 이후 계속 물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체코 당국은 프라하 곳곳에 찬 물이 완전히 빠지려면 앞으로 1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상 최초의 홍수정상회담 개최키로, 벌써부터 미국 성토 분위기**
이처럼 사상 최악의 홍수가 유럽 중동부를 강타하자, 16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EU)과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홍수 피해국에 '홍수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의, 오는 18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초의 '홍수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회담에서는 피해규모 산정과 복구 및 지원책, 차후 예방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회담에서는 이번 재난이 온실가스 방출 등 인간이 초래한 인재(人災)라는 판단아래 그동안 환경 보존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미국에 대한 성토분위기가 거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달 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10년만에 열리는 기후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을 집중 성토할 분위기가 사전에 조성되는 셈이다.
한편 유럽 언론들은 이번 홍수로 평소 기상재난 방지를 위한 환경정책을 펼쳐온 녹색당 등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증하는 등, 앞으로 유럽인들의 관심이 환경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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