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제 의혹의 눈길, 아시아로 향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제 의혹의 눈길, 아시아로 향해"

신뢰위기 파고 도래, '순수한 경영'만이 살 길

지금 세계경제가 당면한 최대위기는 '신뢰의 위기'다. 월가의 분식회계로 초래된 이번 위기는 단순히 미국자본주의의 신뢰위기 차원을 넘어서 미국외 다른 지역의 신뢰 문제에 대해서까지 의혹의 눈길을 확산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가 소속된 '아시아의 신뢰'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해 긴장케 하고 있다. '신뢰위기'의 파고가 아시아로 상륙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음모론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 해외로 돈이 빠져나가려 하자, "가봤자 갈만한 곳이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월가의 신용평가기관 및 금융기관들이 '아시아의 불투명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속내가 어디에 있든 간에, 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호적이지 않다. 긴장감을 늦춰선 안되는 시기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일본 4대은행 분식회계 의혹**

아시아는 원래 국제금융계에서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특히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러했다. 일본 금융계가 정부와 공모해 천문학적 규모의 부실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같은 의혹이 최근 들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영국의 파애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일본 4대은행들이 대출 사업과 관련한 취약한 상황을 감추고 매출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상으로 빠져 나가기 위한 방법을 이용해 왔다"는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분석결과를 보도했다.

S&P는 미즈호, UFJ, MTFG, SMBC 등 4개 은행에 대해 금리스왑 거래와 관련한 매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그러나 이들 은행이 위법적인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근거는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S&P의 애널리스트 야마오카 다카마스는 "일본 회계법으로는 스왑거래가 투기적인 것인지 헤지(위험분산)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S&P는 자산규모 세계 최대은행인 미즈호의 경우 발표된 매출 증가분의 27%가 금리스왑 거래에 의한 것이었으며 SMBC의 경우에는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UFJ의 경우는 21%가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MTFG는 (금리)스왑거래의 매출 증가분이 보고된 매출 증가분의 1백58%나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시아에선 1만개의 엔론 스캔들이 터질 수도"**

의혹의 눈길은 일본으로만 향하는 게 아니다. 아시아 전역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요컨대 아시아도 미국과 같은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아마도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식의 의혹 제기다.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업 투명성 제고를 주제로 한 포럼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토머스 도슨 수석대변인은 "외환위기후 5년간 아시아가 많이 바뀌긴 했으나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기업회계) 진통을 동아시아도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스리니바사 매두르 연구원은 "규제 시스템이 완벽한 미국과 같은 선진 경제국에서 회계부정 스캔들이 일어나는 마당에 아시아 쪽은 어떨지 누구도 모른다"면서 "이제는 우리 스스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 때 부실채권과 정실대출, 기업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와 소액 및 개인투자자 권리보호 미흡이 주로 문제로 제기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 재벌 연구서를 출간한 바 있는 경제학자 마이클 버그먼은 "아시아에서도 엔론과 유사한 스캔들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면서 "동아시아의 경우 아마도 5천개 아니면 1만개의 엔론 스캔들이 터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에서 자금이탈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

이같은 외부의 '아시아 의심'과 관련, 국내 반응은 떨떠름하다는 것이다.

정부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세계표준)로 여겨져온 월가에서 분식회계 의혹이 무더기로 제기된만큼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의구심어린 시선을 던지는 것은 납득이 가는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IMF위기를 계기로 우리경제의 투명성이 다른 아시아지역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진화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도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터진 각종 게이트에서 볼 수 있듯 아직 국내기업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외국인투자가 많은 간판기업들의 경우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획기적으로 투명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최근 외국의 의혹어린 시선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혹시 최근 외국의 문제제기에는 미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해 아시아 등 다른 나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사전 제어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순수한 축구' 못지않은 '순수한 경영'을 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월드컵 대회때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지켜본 세계축구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찬사는 "한국은 너무도 순수한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어떻게 이다지도 돈에 찌들지 않은 순수한 축구를 하고 있으며, 축구팬들 또한 이다지도 순수한 에너지로 선수들을 응원하느냐'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축구에 관한 한 한국은 '순수 에너지의 나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축구 4강 신화 달성후 각계에서 "우리 분야도 세계 4강이 되자"는 열기가 뜨겁다. CEO들 사이에서는 히딩크식 경영을 배우려는 노력이 일고 있으며, 높아진 국가신인도를 무기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의욕적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경제가 직면한 최대위기가 무엇이며, 이에 따라 우리경제가 가장 시급히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대응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또는 기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렇게 모두가 의심을 받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경영교과서대로 충실하게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우리에게 투명성을 가르쳐준 월가는 제대로 실천을 못했지만, 우리는 월드컵때 순수한 축구를 하고 있다고 세계의 탄성을 자아냈듯, 곰바우처럼 순수하게 원칙을 지키는 '순수한 경영'을 하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