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9일(현지시간) 당초 올 11월로 예상했던 미국경제의 회복시기를 내년 4.4분기 이후로 크게 늦춰 잡는 수정 전망보고서를 발표해 월가 및 세계금융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프레시안이 단독입수한 골드만삭스의 이번 보고서는 "늦어도 올해말에는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의 호언이나 여타 월가의 분석과는 정반대로, "미국의 소비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돈이 마땅히 갈 곳이 없고 주가하락의 부작용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 등에 기초해 미 경제는 빨라야 내년 4.4분기 이후에나 회복국면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황(디플레이션)이 한층 심각해질 경우 미 연준은 90년대 일본 중앙은행이 범했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도리어 금리를 추가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발 세계불황'의 가능성까지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특히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골드만삭스는 단순한 월가의 일개 투자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1869년 유태인 금융가 골드만이 설립해 유태인 사위 삭스에게 물려주면서 회사이름이 골드만삭스가 된 이 금융그룹은 1백30여년의 장구한 역사와 직원숫자 2만2천명의 방대한 조직을 자랑한다. 말 그대로 세계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유태금융 마피아'의 대부이자 세계최대 투자은행으로, 미국의 경영대학원(MBA) 출신들이 졸업후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금융기관이기도 하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역대 회장들은 퇴임후 곧바로 미국 정부에 입각할 정도로 평소 정치권력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 과거 냉전시절의 군산복합체를 대신하는 '월가-미재무부 복합체(Wallstreet-Treasury Complex)'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이다.
한 예로 '골드만삭스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시드니 와인버그 회장의 경우 지난 60년대 대통령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존 화이트헤드 회장은 레이건 정부 국무차관을 거쳐 그후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총재를 맡았다. IMF사태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로버트 루빈 회장은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을 지냈고, 존 코자인 회장은 현 부시 정부의 재무부 고문을 맡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역대정권의 핵심을 차지해온 셈이다.
다음은 골드만삭스의 <경제전망 수정> 전문이다.
***<경제전망 수정> 미 연준은 내년 하반기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경제전망을 수정한다.
1. 내년 3.4분기까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오는 11월까지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던 지금까지의 전망과 대비된다. 2003년말 미 연준의 준비금 금리는 기존의 4%에서 2.5%로 낮아질 것이다.
2.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3년 상반기에 종전 예상치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4분기와 2.4분기의 실질 GDP성장률을 종전의 3.0%와 3.5%에서 2.75%, 3.0%로 각각 하향수정한다.
3.미 재무부 10년만기 채권의 유통수익률도 소폭 내림세를 보일 것이다. 5%대로 추정햇던 기존의 수익률은 4.5~5% 선에서 머물 것이다. 10년만기 재무부채권에 대한 3개월, 6개월, 12개월물 전망치는 5.0%, 5.0%, 5.2%에서 4.8%, 5.0%, 5.0%로 각각 하향수정한다.
이같은 전망치를 변경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1. 2003년 상반기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근거가 보다 강해졌다. 특히 소비자의 소득과 지출의 증가율이 예상해온 대로 실제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률 감소세는 더 이상 예상이라고 할 수 없다'.
2. 미국증시가 지속적으로 침체되면서 금융환경이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의 금융환경지수는 2001년초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미 연준의 금리 결정기구)가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던 때보다 결코 나은 상황이 아님을 보여준다. 게다가 금리정책이 당시와 비교해볼 때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이유는, 2000년 하반기에는 금융환경이 좋았기 때문에 2001년 전반에 걸쳐 금리인하의 효과가 작동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두번째 이유는, 금리인하 결정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돈이 갈 곳이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당시의 저금리 효과는 주택, 내구소비재 부문에서 특히 눈에 띄게 나타났던 반면에, 지금은 미국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초래된 악영향이 아직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3. 미 연준 당국은 금리를 조기 인상하는 데 따른 위험성에 대해 민감한 인식을 하고 있는 만큼 예측가능한 시점까지는 기존의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따른 위험을 감수하려고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세 가지 판단 근거과 함께 <디플레이션 대책: 1990년대 일본의 경험이 주는 교훈>이라는 미 연준의 최근 보고서도 미 연준이 앞으로 상당 기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의 경제환경에 커다란 시사점을 던지는 다음 세 가지 결론을 담고 있다.
1. 일본의 디플레이션 불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2. 때문에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조치는 충분치 못했다. 일본은행은 보다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는 지혜를 발휘했어야 했다.
3. 통화정책에 따른 위험이 비대칭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초강력 통화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수하는 편이 최선이었다.
미 연준의 보고서를 인용하자면 "특히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0% 수준으로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높을 때는 향후 인플레이션과 경제활동에 대한 통상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자극이 필요한 법"이다.
현재의 경제환경에 이러한 결론을 적용해보면, 미 연준 보고서가 도달한 결론은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도 통화정책을 초탄력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회복이 이루어져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인다면 그때 가서 금리인상을 해도 늦지 않다.
반면에 일본에서처럼 경제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초강력 경기부양책으로 충분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유동성 함정(돈을 아무리 풀고 금리를 낮춰도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현금퇴장 현상이 나타나는 공황적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논리 전개는 우리의 전망기조는 아니지만, 설혹 증시가 계속 침체되고 경제성장이 저조할 경우라도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현재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리의 전망이 틀릴 수 있는 두 가지 경우**
A. 강한 성장세와 금리인상이 수반된다
1. 주가가 급상승하고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금융여건이 좋아질 경우
2. 실질 GDP 성장률이 상승세를 보여 실업률이 낮아질 경우.
이럴 때에는 우리의 예측보다 자본지출이 크게 증가하거나 소비지출이 강한 증가세를 보일 수 있다.
B. 약한 성장세와 금리인하가 수반된다
1.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
2. 미국증시가 추가 폭락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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