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이탈리아전때 대전 스타디움에서 펼쳤던 붉은악마의 통일지향적 'AGAIN 1966' 카드 섹션이 북한당국을 감동시켜, 북한당국이 지난 23일 이 경기장면을 북한 전역에 녹화 중계방송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이 이번 월드컵 대회기간 한국축구팀의 경기장면을 방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24일 "북한의 조선중앙TV가 23일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지난 18일 대전에서 열렸던 한국-이탈리아 16강전 주요장면을 녹화 중계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 방송은 "남조선 대표팀이 54년 (월드컵에) 첫 출전한 뒤 한동안 참가하지 못하다가 86년부터 5회 연속 출전, 14전을 치르면서 1승도 건지지 못했으나 이번 승리로 (남조선) 국민들의 사기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이어 "남조선 팀이 이 경기를 이기고 3단계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 방송의 언급으로 미뤄 그동안 TV를 지켜본 북한 시청자들은 3단계가 8강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16강 대진표를 보도하면서 15개국만 소개하고 한국을 공란으로 처리해 아쉬움을 남겼던 조선중앙TV가 이번에 한국-이탈리아전을 전격 중계방송한 데에는 이날 경기때 붉은악마 응원단이 펼친 'AGAIN 1966' 카드섹션이 북한당국자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붉은 악마 응원단은 이탈리아와의 경기가 열린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AGAIN 1966'을 표시하는 카드섹션을 펼쳐 36년전인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제압한 쾌거를 상기시킨 바 있다.
북한 방송은 이에 앞서 한국에서 월드컵이 공동개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으면서도, 지난 10일 한국-미국전때 안정환 선수가 동점골을 넣은 뒤 이천수 등 동료선수들과 함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때 미국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던 장면을 패러디한 '오노 세리모니'를 하는 장면만은 이례적으로 뉴스 시간에 방영한 바 있다.
조선중앙TV는 이번에 한국-이탈리아전을 중계방송함에 따라 한국팀이 이긴 스페인과의 8강전도 녹화 중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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