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한국당의 부정과 모욕이 계속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당선이 거의 확실시 되는 황교안과 당내 유력인사인 김무성, 홍준표 등이 김진태 등 '망언 3인방'과 똑같이 5·18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했다. (관련기사 : 한국당 ‘망언 3인방’ 이어 김무성·홍준표도 “5·18 유공자 명단 공개돼야”) 또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능욕한 한국당 등을 강력하게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을 "전형적인 '국민 갈라치기' 아니겠나. 정말 나쁜 대통령을 넘어서 못난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관련기사 : 문 대통령 5.18 대응 두고 한국당 "갈라치기... 못난 대통령")
이쯤되면 김진태 등 망언 3인방과 태극기 파쇼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당 자체가 문제다. 도대체 한국당은 왜 저토록 줄기차게 80년 5월의 광주를 부정하고 능욕하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당이 광주를 부정하고 왜곡하고 모욕하는 이유는 80년 5월 광주의 열흘에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고귀한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가 시민이라는 선언, 국가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와 정의감, 주먹밥을 나누고 약탈이 한 건도 없었으며 헌혈하기 위해 줄을 선 데서 나타나는 것처럼 대동과 연대와 협력의 공동체, 도청에서의 최후가 보여주는 것처럼 역사와 대의에 대한 헌신과 희생 같은 가치들이 그것이다.
한국당은 80년 5월 광주의 열흘이 성취한 가치들이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되는 걸 진정 두려워하며 이를 한사코 막으려 한다. 한국당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시민이 주권자가 아니라 신민인 나라, 비겁과 불의가 만연한 나라, 서로가 서로에게 이리인 나라, 오직 자신과 가족만 아는 나라다. 그런 한국당에게 80년 5월 광주의 열흘의 전국화는 악몽 그 자체다.
그런 배경과 맥락에서 보면 김진태 등의 한국당 의원들이 북한군 광주침투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에게 국회를 열어준게 이해가 된다. 지만원 등은 북한군 광주 침투설을 줄기차게 유포하는데, 이는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시민들 사이에 내면화된 '북한=악마' 프레임을 소환하는 행위이다. 즉 지만원 등에게 80년 5월 광주의 열흘간 북한군 특수부대(일명 '광수')가 침투했는지 사실여부는 전혀 중요치 않다. 지만원 등에겐 북한군 특수부대는 광주에 침투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만원 등은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의 기록사진들 속에서 닮은 얼굴 찾기놀이를 하며, 그걸 북한군 특수부대 침투의 증거라 우기는 것이다. 일명 '광수ㅇㅇ호'로 특정된 광주시민이 직접 사진 속의 '그'가 '나'라고 아무리 항변해도 지만원 무리는 주장을 바꾸지 않는다. 이들에겐 사실이 전혀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지만원 무리는 사악하기 그지 없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주장'으로 '사실'을 집요하게 탄핵 중이다. 그런 지만원 무리와 한국당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우리시대의 주체적 지식인 김상봉 선생은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항쟁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기준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도저희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국가폭력이 있을 것, 둘째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할 것, 셋째 국가폭력에 대항하는 항쟁이 행사하는 폭력의 규율성과 절제성 존재 유무가 그것이다. 김상봉 선생에 따르면 이런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시민항쟁의 예가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이다. 한국당과 지만원 따위가 아무리 광주를 음해하고 부정하고 모욕해도 80년 5월의 광주는 흠집 하나 나지 않으며 점점 더 힘이 세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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