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SKT의 KT 최대주주화에 따른 '통신독점'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SKT가 KT 지분 매각을 거부하는 등 정권말기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8일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주 SKT가 KT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사실상 통신독점이 우려된다는 여론을 접하고 이를 재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이 공개리에 SKT에 대해 7% 이상의 KT지분 매각을 종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점잖은 양 장관이 SKT에 대해 '정책 도전을 하겠다는 거냐'고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표현까지 사용하며 KT지분 매각을 종용했음에도 불구하고 SKT는 아직까지 조금도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SKT의 이같은 태도는 SKT가 정권 말기의 레임덕을 이용해 KT를 장악하겠다는 버티기 전술로 해석되고 있다"고 정부 내부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따라서 이번 SKT 사태를 DJ정부의 레임덕 정도를 재는 바로미터로 여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든 규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정부 입장을 관철한다는 강경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정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예산처 등 정부 관련부처들이 일제히 SKT에 대해 집중공세를 펴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양승택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APEC 정보통신장관회담 참석차 출국에 앞서 "이번 KT지분 매각은 성공적이었으나 SKT의 막판 돌출행위로 빛이 바랬다"며 "SKT가 KT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정부정책에 정면도전하겠다는 의사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장관은 손길승 회장의 1.79% 지분 양도 제안에 대해서도 "1.79% 정도는 관심도 없다"며 "SKT는 2대주주로 내려갈 때까지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구체적 매각 규모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강경방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SKT의 기본 입장은 한 마디로 "들어가는 것도 내 마음, 나오는 것도 내 마음"이라는 것이다. SKT는 또한 '통신독점' 우려에 대해서도 "일본의 NTT등도 통신독점 상태에 있는 만큼 통신독점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주장"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부나 KT의 입장은 다르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NTT처럼 공기업이 통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태생적 독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처럼 후발민간업체가 통신 공기업까지 인수하면서 유ㆍ무선 통신시장을 독식하는 '후발독점'은 전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SKT의 KT 장악을 허용할 경우 앞으로 2~3년후 심각한 독점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재계는 이같은 정부와 SKT의 팽팽한 대립을 DJ정부의 레임덕 정도를 재는 측면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 또한 이같은 재계의 시선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어, 앞으로 SKT에 대한 정부의 강도높은 후속 규제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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